
최근 지출이 좀 과했으므로 한동안은 좀 흘러간 추억의 앨범들을 들어보려고 한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이러고 처음 고른 이 앨범에 무슨 추억이 있나 생각하니 딱히 떠오르는 건 없긴 하구나. 각설하고.
딱히 굵직한 활동이라 얘기할만 한 건 별로 없지만 어쨌든 보통은 그 칠레의 블랙 물이 살짝 든 헤비메탈 밴드 Bewitched(와 Darkthrone 워너비 밴드 Horns)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Frater D.의 원맨 프로젝트인데 어째서 스웨덴 밴드로 소개되고 있는지 존재부터 의구심이 드는 ‘스웨덴 블랙메탈 밴드’의 데뷔작. 그래서인지 음악은 Horns 스타일에 Bewitched식의 리프를 버무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Flaming Hearts’처럼 노르웨이풍 키보드를 가미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만큼은 ‘Gypsy’를 커버할 때의 Emperor가 떠오르기도 한다. 기량 면에서 그랬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분위기의 측면에서 그렇다.
‘Gypsy’ 얘기가 이미 나왔지만 밴드의 최대 개성은 바로 그 ‘Bewitched식의 리프’인데, 예의 그 키보드에 Mercyful Fate를 의식했음이 역력하지만 블랙메탈의 거친 질감으로 풀어내는 그 리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흥미롭다. Acherontas의 음악에서 Rotting Christ의 그림자를 지우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벌써 노르웨이풍 짙은 스웨덴 블랙메탈 밴드의 음악이 그리스 블랙메탈 밴드와 비교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의 스타일에 딱 우겨넣기도 애매하긴 하겠다. 그렇다면 사실 리프가 최대의 개성이라고 얘기했지만 이 밴드의 진짜 개성은 바로 그런 부분에 있을지도. 참고로 난 이 앨범을 꽤 재미있게 들었다.
[Lamech,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