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Angelo Branduardi의 앨범들 중에서 그리 돋보이지 않는 앨범인 건 분명해 보인다. Angelo의 앨범을 찾아 듣는 이들이 흔히 기대하는 음악이 아무래도 데뷔작의 적당히 뒤틀린 프로그레시브나 “Cogli la Prima Mela”의 적당히 중세적이면서 산뜻한 포크라고 한다면(아니면 양희은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중세풍을 완전히 걷어낸 건 아니지만 이 앨범의 컨트리 블루스풍 연주는 칸초네 문외한의 귀로서 짐작하더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데가 있다. 뭐 그래도 덕분에 칸초네 문외한으로서 접하기는 그만큼 손쉬운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 Paolo Frescura가 들려주는 이탈리안 트로트에 적응하기가 꽤 어려웠어서 하는 얘기다.

“Si Puo Fare”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Angelo의 앨범이기도 한데, 덕분에 범람하는 이탈리안 싱어송라이터들 가운데 Angelo의 음악을 이후 찾아들을 이유를 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민스트럴을 벗어난 오롯한 ‘팝송’을 듣기에는 Angelo의 앨범 중 이만한 것도 없잖을까 하는 게 사견. 중세풍을 적당히 후끈한 기타와 함께 녹여낸 타이틀곡도 그렇지만, Angelo풍 멜로디를 아코디언 얹은 블루스풍으로 풀어내는 ‘Forte’도 꽤 즐겨 들었다. ‘Indiani’쯤 되면 이 정도면 U2가 커버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을 정도인데, 아니 그 시절 감성터치는 다 어디로 갔냐! 하고 마냥 폄하하기에는 흥겹게 들을 구석이 많다. 일단 앨범 제목이 ‘You can do it’인데 미간 찌푸리고 감성 한 구석을 자극하기를 기대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EMI, 1993]

Angelo Branduardi “Si Puo Fare””의 2개의 생각

  1. 본문과는 또 관련없는 리플을 달아 죄송하지만, 다른 남길 수단이 없어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제가 올해 가장 죽인다고 생각했던 추천드리는 것들인데요..
    저는 근래 몇년간 sulsa 라는 고어그라인드 팀에 몸을 담으면서 언더그라운드 grindcore, 특히 goregrind에 취향이 편중되는 편이라..
    아무튼 이럴 게 아니라 저도 블로그(네이버? 장기적인 … 관점에서… )를 다시 해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caustic wound 라는 약간 데스그라인드 스타일인데, profound lore 에서 발매했으니 그다지 언더그라운드는 아니기도 합니다

    desairologie의 2020년 발매인데 이전에 저희와 공연한 적이 있는 patisserie 의 harlan의 다른 프로젝트입니다. sulfuric cautery의 isaac 이 드럼을 치고 있습니다

    internal rot 신보인데, 저는 이전 mental hygiene 이 더 좋았던것같긴합니다 ㅋㅋ

    이름이 여러번 바뀐 밴드인데 이번 앨범은 정말 좋은것 같습니다
    ㅋㅋㅋ갑자기 괜한 리플 달고 가서 죄송합니다.. 일하기 싫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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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넷 다 좋네요. Internal Rot은 말씀처럼 “Mental Hygiene”만큼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커버는 좀 더 낫군요. 그런데 지금 들으니 Insect Warfare 스타일인 것 같네요. 잘 들었습니다.

      Sulsa는 예전에 순둥이 레코드?에서 나온 걸 한 장 갖고 있긴 한데 나중에 기회 되면 사인이라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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