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Voidhanger 레이블을 먹여 살리는 Spectral Lore와 Mare Cognitum의 합작 프로젝트. 물론 일찌기 Spectral Lore가 “III”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이전에 두 밴드는 이미 함께 태양을 컨셉트로 “Sol”이란 앨범을 내놓았고, 이번에는 태양을 뺀 나머지 태양계의 행성들을 소재로 한 앨범이니 시기가 문제였지 나오는 건 예전에 정해졌을 앨범일 것이다. 개성은 강하지만 둘 다 앰비언트풍 강한 블랙메탈을 연주하는 원맨 프로젝트 밴드이고, “Sol”에서 두 밴드는 사는 동네는 많이 다를지언정 죽이 꽤 잘 맞는다는 점을 보여줬으니 레이블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홍보는 별로였을지언정 처음부터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결과는 “Sol”보다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Gustav Holst를 운운하는 글들이 대부분이고 밴드들 본인들도 언급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행성들 각각에 대해 곡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 외에 Holst의 곡과 이 앨범의 유사성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앨범이 통상 Darkspace 류의 블랙메탈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이 원하는 면모들을 대부분 보여주면서도, 그러면서도 좀 더 정통적인 스타일의 Spectral Lore와 Blut Aus Nord의 소시적을 연상시키면서도 좀 더 모던한 Mare Cognitum이라는 개성도 잊지 않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Blut Aus Nord를 언급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좀 더 텐션을 줄이고 분위기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기는 한데, 그래도 Spectral Lore 특유의 신경질적인 면모(특히 ‘Uranus’)도 있는만큼 앨범 전체의 긴장감도 명확하다.
아마도 블랙메탈에 약간은 색안경을 낀 평론가들이 작년 최고의 블랙메탈 앨범으로 꼽을 만한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은 이런 표현은 편견 살짝 섞어서 하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그저 좋은 뜻으로 하는 얘기다.
[I, Voidhanger, 2020]
내꺼 하나 구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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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냈으니 확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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