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ywood Burns라는 이름에서 80년대 헐리우드의 화끈함을 재현하려는 신스웨이브 프로젝트의 야망을 엿보았다면 헛짚어도 단단히 헛짚었음이 분명할 이 프랑스 프로젝트는 구성 자체에서 특이할 건 사실 별로 없지만 신스웨이브로서는 좀 신기할 정도로 인더스트리얼의 색채를 걷어내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전면…까지는 좀 부족하지만 사운드의 핵심에 포함시킨 보기 드문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헐리우드의 잡식성을 재현하려는 것인지 앨범은 상당히 다양한 소재들을 다뤄낸다. Carpenters Brut 식의 60년대 호러영화 OST를 의식했겠거니 싶은 ‘Scherzo No. 5 Death Minor’와 뜬금없는 UFO 이야기의 ‘Black Saucer’가 한 앨범에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이 앨범에서 밴드의 일관된 컨셉트나 흐름을 읽어낼 수는 없는데, 이 장르의 많은 거물들이 다양한 스타일보다는 나름의 개성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라는 점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뉴로맨서풍 하드 SF 테마가 많이 등장하면서 땀내와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거친 사내들의 세계를 재현하려는 듯한 거친 신서사이저 연주와 효과음으로 승부하곤 하는 상당수의 밴드들과는 달리, 적당히 ‘스푸키’하면서 때로는 정말 헐리우드 영화음악(레이블 광고문구처럼 때로는 거의 Bernard Herrmann 수준)을 연상케 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좀 호오가 갈릴 멜로디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매끈한 ‘팝송’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돋보인다. 그러다가 좀 너무 나간 ‘Came to Annihilate’ 같은 곡도 있긴 하지만 재미있게 들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게임 OST로 써도 괜찮잖을까 싶다.

[Blood Musi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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