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시적 블랙메탈의 (좋은 쪽 나쁜 쪽 모두에서)유명 레이블 Wild Rags의 나름 빛나는 카탈로그 가운데 비교적 눈에 덜 띄는 필라델피아 데스메탈 밴드. 하긴 그래도 Wild Rags 정도나 됐으니 이런 밴드들도 그 시절 받아줄 수 있었다고 하는 게 더 맞겠지만… 그래도 Incantaion류의 음습한 데스메탈을 나름의 개성으로 흥미롭게 연주할 수 있었던 밴드였으니 카탈로그 한켠에 조용히 끼어 있던 이름없는 밴드 #1 정도로 넘기기는 확실히 아깝다. Wild Rags 카탈로그에서 눈에 띄려면 Blasphemy나 Nuclear Death 등을 눌러야 했으니 Symphony of Grief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안 넘어갈 나무이기도 했고.
Incantation 얘기도 했지만 90년대 초-중반의 둠메탈과 데스메틀의 경계에 느슨하게 걸쳐 있는 음악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Incantation보다는 좀 더 스트레이트함에 의존하는 면모가 있다. 그러면서도 드러머가 아니라 드럼머신을 이용한 사운드가 일반적인 데스메탈보다는 사실 Godflesh 같은 밴드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스트레이트하면서도 밴드의 음악에서 ‘음습함’ 이 느껴지는 데는 그런 원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부분에서도 밴드의 연주는 템포가 빠르다는 점 외에는 일반적인 데스메탈의 컨벤션과는 좀 벗어나 있다. ‘Wars of Vengeance’의 은근한 슬럿지스러움은 이유가 있는 셈이다. 거기에 신서사이저 소품 ‘Spectral Voice’까지 끼어들면 앨범은 좀 더 다채로워진다. EP인데 꽤 많은 모습을 맛볼 수 있다.
…뭐 하긴 이게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었으니 그래야만 했을지도. 무난하다.
[Wild Rags,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