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의 약관을 지나친지 얼마 되지 않은 총기 넘치는 독학자가 오컬트는 물론이고 인간의 폭력성 등 수많은 주제들에 대한 박물지스러운 저작들을 내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뭘까는 지금껏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모으느라 고생했겠다 싶은 많은 사례들과 이론들을 꽤나 성의껏 정리요약하면서 인간의 폭력성을 어느샌가 두뇌 자체에 내재한 생물학적 요인으로 환원시키는 모습은 범죄형 인간에 대한 체자레 롬브로조의 견해가 이랬으려나 하는 짐작도 불러온다. 읽고 나서 책의 내용보다는 이 책을 쓴 사람에 대해서 더 궁금해지는 흔치 않은 경험도 맛볼 수 있다.

그러다가 든 생각은 이 범죄의 세계사와는 좀 동떨어진 얘기, 즉 ‘범죄피해자의 세계사’ 같은 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살인마들은 손에 한두 명만의 피를 묻히지는 않았을테니 그런 책을 쓰는 건 가능한지도 잘 모르겠지만 가능하더라도 저자에게 훨씬 많은 수고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피해자에 대해서는 “메리 패터슨이라는 조그마하고 매력적인 시체”, “백치로 알려진 대프트 재미” 이상의 설명은 없는 모습은 책의 테마인 인간의 잔혹성을 저자 스스로도 벗어던질 수 없는 것일까 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만큼 철저하게 주제에 충실한 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런 미시사들을 계속해서 캐내기 시작하는 시대, 범죄피해자의 세계사 같은 책이 많으면 곤란하겠지만 충분히 따뜻한 시선으로 한두 권 정도는 나오는 게 세상을 위해서는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콜린 윌슨도 쓰고 있지만 역사 속의 수많은 범죄피해자들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어서 범죄피해자가 된 건 아니었다. 아마 저 메리 패터슨이 피해자가 된 것도 어쩌면 그냥 체구가 작아서, 대프트 재미가 피해자가 된 것도 그냥 생각 없이 바깥 구경을 나왔다가였을 수도 있다. 그 망자들의 유족이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속화시키지 않으면서 정확히 다뤄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해답일 수 있겠다.

[콜린 윌슨 저, 황종호 역, 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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