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굵직한 이름을 남긴 프로그레시브 뮤지션들을 분류하는 방법들은 여러가지겠지만 그 중 하나는 누구도 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그야말로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데 제대로 성공한 일군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설득력 있게 잘 엮어낼 줄 알았던 나머지로 분류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많은 이들이 내놓은 뒤에야 음악을 시작한 후대라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80년대 이후 프로그레시브 록의 최고의 거물은 Steven Wilson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쪽에서는 Quentin Tarantino) 뮤지션 이전에 유명한 컬렉터였던지라 주워들은 게 많아서인지 앨범에서 항상 아이디어가 넘쳐난다는(그리고 발견하면 은근 반갑다는) 장점은 쉬이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Double Exposure”는 Porcupine Tree로 슬슬 뮤지션 커리어를 시작할 즈음 Wilson이 직접 만든 컴필레이션인데, The Bond 같이 그 시절 네오 프로그레시브의 거물…까지는 아니고 한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정도는 될 이름은 물론 Anthony Phillips나 Galadriel 같은 (준)거물들, 훗날 SI Music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의 하나가 될 Egdon Heath 등의 이름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당대 영국의 현역 프로그 뮤지션들의 스타일들을 나름대로 망라하고 있는 컴필레이션인데(말하고 보니 Galadriel나 Egdon Heath는 영국 밴드가 아니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와서 주목받는 곡은 Steven Wilson 본인이 참여한 No Man is an Island(훗날의 No-Man)의 ‘Faith’s Last Doubt’라는 게 좀 우습기는 하다. 다른 앨범에 없다고는 하지만 내 귀에는 그리 돋보일 건 없는 발라드이니 이거만 가지고 이 컴필레이션을 구하기는 좀 본전 생각이 들겠거니 싶다. 사실 그렇게 싼 앨범도 아니고.

그래도 Steven Wilson이 그 시절 즐겨 들었던 네오프로그와, 1987년 영국 네오프로그가 대충 이랬었다는 식으로 살펴보는 데는 유익할 것이다. 사실 Steven Wilson의 이름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오래 기억될 컴필레이션은 아닐 테니 어찌 생각하면 구매자의 목적만큼은 확실히 충족시켜 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을지도.

[Self-financed, 1987]

Various “Double Exposure””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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