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lloch의 Don Anderson과 John Haughm의 프로젝트의 첫 앨범. 넷상의 반응을 보자면 은근히 ‘hidden gem’ 대접을 받고 있는 앨범이기도 한데, 사실 그렇게 얘기하기에는 충분히 유명하기 때문에 그냥 호오가 갈리는 앨범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저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이 앨범 좋다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별로 없기도 하고. 하긴 이 앨범의 어느 장르 하나에 딱 들어맞지 않는 스타일은 1998년에 인기를 끌 만한 특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앨범의 골간에는 프로그레시브/멜로딕 데스의 리프가 자리잡고 있고, Don이 Agalloch를 포함해서 참여했던 그 어떤 밴드에서보다도 뛰어난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지라 리프를 듣는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Lit by the Light of Morning’의 태핑이나 ‘Fashioned by Blood and Tears’의 인트로를 듣자면 이 분이 Atheist와 Cynic의 영향을 받았음을 자처하는 게 이해가 되는데, 그러다가도 ‘Together with the Seasons’의 Agalloch스러움(바꿔 말하면 약간은 포스트록스러움)을 듣자면 참 신기한 구성의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브라스나 계속해서 뒤틀리는 곡의 구조들, 스크리밍부터 클린 보컬, 나레이션까지 열심히 왔다갔다하는 보컬도 인상적이다.

그러다 보니 Agalloch와의 연결점도 분명하지만 사실 그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음악이고, “Pale Folklore”가 Don Anderson 커리어의 정점이겠지만 Don의 가장 메탈 뮤지션으로서 빛났던 앨범은 이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평범한 멜로딕/프로그레시브 데스라고 하기에는 많이 미안할 만한, 그런 앨범.

[The End, 1998]

Sculptured “The Spear of the Lily is Aureoled””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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