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2인조 아방가르드 블랙메탈 밴드? 사실 Deathspell Omega 이후 그런 류의 음악에 아방가르드 레떼르를 붙이는 일이 잦은 편인데, 앨범 처음부터 등장하는 힘있는 프렛리스 베이스는 이들이 그와는 궤가 좀 다른 밴드임을 알려준다. 굳이 비교하자면 Ved Buens Ende식의 구성에 King Crimson 물은 뺀 블랙메탈인데, 사실 Ved Buens Ende를 떠올리는 것도 조금은 억지에 가깝다. 비슷한 구석이 물론 있긴 하지만 Ved Buens Ende만큼 괴팍한 구성은 아니고 그보다는 훨씬 직선적이고 ‘듣기 편해진’ 스타일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살짝 재즈 물을 머금은 솔로잉이나 트레몰로 리프에 이어지는 무조적인(가끔은 트리스탄 코드를 뒤틀기도 하는) 오블리가토도 이런 류의 음악에서는 예상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렇지만 밴드는 좀 덜 막 나가는 대신 빈틈없는 연주로 귀를 잡아끈다. 프렛리스 베이스를 내세운 변화무쌍한 리듬 파트에 – Ved Buens Ende만큼은 아니더라도 – 꽤나 복잡한 구성의 리프들을 얹어내는데, 특히 Obtained Enslavement식의 클래시컬한 리프를 뒤튼 듯 괴팍한 질주감의 ‘Hair as the Salt of Carthago’는 분명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이 괴팍한 블랙메탈을 이끄는 파트는 분명 베이스다. 사실 베이스가 메인이 되는 블랙메탈이라는 점만으로도 밴드는 충분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밴드 나름의 다크웨이브인듯 실려 있지만 앞의 곡들과 함께 듣자니 지나치게 길어진 아우트로처럼 들리는 ‘Crypts of Rain and Confabulation’를 제외한다면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피지컬은 테이프만 나왔지만 이 테이프가 무척 예쁘게 나왔으므로 관심있는 분은 하나 장만해도 만족하실지도.
[Brucia, 2021]
그리 복잡하진 않은데? Deathspell Omega같은 건 나한테는 과하더라, 이거 하나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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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camp에서 그냥 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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