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보면 무슨 자연보호단체인가 싶지만 사실은 Michael Cashmore의 솔로 프로젝트였던 Nature And Organization은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정규반은 두 장의 앨범만을 내놓았는데(“Third Terminal Position”을 쳐주기는 좀 아니지 않나), 사실 딱히 구하기 어려운 앨범들은 아니었지만 Durtro에서 나왔던 “Beauty Reaps the Blood of Solitude”는 그래도 40유로를 호가하니 항상 구매의 우선순위에서는 조금씩 밀리던 앨범이었다. 그래서인지 Trisol은 이 프로젝트의 두 장의 앨범에 보너스트랙을 붙여 이 한 장으로 재발매하는 수완을 보여주었고, 이 앨범은 여전히 20유로 이하에 꾸준히 팔리고 있으니 밴드를 입문하기에는 이 앨범만한 것도 없겠거니 할 수 있다. 뭐 이 앨범을 구했다면 라이브나 EP 두 장 정도 말고는 딱히 더 구할 것도 없기도 하고.

일단 리마스터를 통해 음질은 대단히 좋아졌고, 특히 보컬 없이 바이올린과 피아노 위주의 단정한 연주로 승부하는 “Death in a Snow Leopard Winter”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앨범 자체가 미완성 작품이었던만큼 사실 빈 공간이 은근 느껴지던 앨범이었는데, 덕분인지 피아노의 섬세하다 못해 때로는 드뷔시마냥 회화적인 면모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었고, 이 재발매에서도 그런 사운드의 골자를 단정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편이다.

“Beauty Reaps the Blood of Solitude”는 확실히 Current 93의 어쿠스틱한 앨범에서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앨범인데(일단 참여한 멤버들도 그렇기도 하고), 아무래도 David Tibet의 보컬이 특히 빛을 발하는 ‘Bloodstreamruns’ 같은 곡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말하자면 1994년에도 이미 Current 93을 통해 다 접해 보았을 스타일이지만 아주 모범적으로 구현해 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네오포크 특유의 불길한 분위기의 패시지와 공격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그러면서도 때로는 사이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서사이저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만큼 네오포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정리한 장르의 클래식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Trisol, 2015]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