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 Sabbath의 향기 강하게 나는 둠메탈을 연주하는 후배 밴드!라고만 하기에는… 후배가 맞긴 하지만 1978년에 시작된 이 밴드의 Angel Witch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생각하면 좀 그렇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자체가 이 밴드가 그리 주목받았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보기 드물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멤버로 있었던(Terry Jones와 Alan Jones) 점이 흥미를 끌었을 뿐이니 암만 잘 팔릴 스타일은 아니었을지언정 밴드로서는 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밴드는 많은 앨범들에서 보여준 실력에도 불구하고 “Judgement of the Dead”를 제외한 모든 앨범을 자주반으로 제작해야 했다. 문제라면 “Judgement of the Dead”가 나왔던 레이블도 Black Widow였으므로 돈 버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됐을 거라는 점.
그렇지만 Manilla Road와 Black Sabbath의 중간 정도에 있는 듯한 Terry Jones의 보컬과 함께 포크적인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었던 이 밴드는 그야말로 Black Sababth 스타일의 ‘둠 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경우였고, 사실 똑같은 음악만 계속했던 밴드도 아니었다. Terry Jones가 참여한 마지막 앨범이었던 이 앨범에서는 그 오랜 시절을 버텨 온 스타일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 노골적으로 흘러간 시절의 포크를 재현하는 ‘Samhein’도 있고, 동류의 여느 밴드보다도 훨씬 묵직한 전개를 보여주는 ‘Daemoni Na Noiche’도 있고, 무엇보다 밴드 최고의 곡 중 하나일 ‘The Rising of the Dark Lord’가 있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밴드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기 없는 거 보면 얼마나 공감하려나 싶긴 하지만.
[Oracle,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