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출한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또 다른 Pink Floyd의 “Animals”의 트리뷰트. 왜 굳이 “Animals”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이런 기획이야 흔하기 흔하기도 하고) “Animals”는 시절이 시절인지라 밴드의 앨범들 중 가장 하드록 냄새가 강한 앨범이었고, 이 앨범이 평소에 프로그 공룡 밴드의 트리뷰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Carmine Appice나 Vinnie Moore, Graham Bonnet 등을 껴주고 있는 건 바로 “Animals”의 트리뷰트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를 트리뷰트할 게 아니라 트리뷰트를 받는 게 더 어울릴 Arthur Brown을 위시하여 Patrick Moraz, Rick Wakeman, Martin Barre 같은 프로그레시브 거물들이 끼어 있는 것도 아마 앨범의 그 이름값 덕분일 것이다. 물론 화려하긴 하나 이 당췌 뭔 생각으로 멤버를 이렇게 짰는지(Bauhaus의 David J.는 뭔가 싶었다) 알 수 없을 멤버 구성은 무근본 트리뷰트로는 손꼽힐 Cleopatra Records 덕분일 것이다.

그래도 뛰어난 원작과 뛰어난 멤버들의 기량에 힘입어 앨범은 나쁘지는 않다. 아무래도 멤버들의 스타일과 발전된 기술의 탓인지 원작보다 확실히 ‘라우드’하게 녹음된 덕분에 원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데, 덕분인지 Jordan Rudess와 Vinnie Moore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가운데 Pink Floyd 보컬의 커버라는 본전도 뽑기 어려울 미션을 Graham Bonnet이 나름 훌륭하게 소화해낸 ‘Dogs’가 특히 귀에 박힌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떻게 자리를 용케 얻어낸 우리의 Billy Sherwood와 Jon Davidson은 ‘Pig on the Wing Pt.2’ 에서 Pt. 1.의 가사로 노래하면서 앨범의 피날레를 망쳐버렸다. 다른 앨범도 아니고 “Animals”의 가사를 이렇게 절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데, Pink Floyd의 트리뷰트가 사실은 잘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Yes 멤버의 트로이목마 놀이일까? 좀 많이 그렇다.

[Cleopatra, 2021]

Various “Animals Reimagined : A Tribute to Pink Floyd””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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