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블랙메탈을 얘기하면 떠오르는 레이블들이 Sepulchral Prod.나 Tour de Garde 같은 곳들이다 보니(망했지만 Autistiartili도 있었구나)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점을 생각하면 Entheos는 꽤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노르웨이풍 밴드도 많고, 동네가 동네인지라 Peste Noire나 Kristallnacht 같은 밴드들을 따라갔음이 역력한 밴드들은 더욱 많아 보이지만 어쨌든 대개는 소위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진력하는 편이라면, Entheos는 그 흐름에서 굳이 벗어나진 않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이를 따라간다. 고전적인 스타일보다는 소위 포스트-블랙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하면서, 사이키델릭에 포크에 둠에 프로그레시브에 재즈에… 이르기까지 쉬이 분류할 수 없을 다양한 장르들을 섞어낸다. 그러면서도 근래의 드론이나 슬럿지 스타일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게 2010년대 브루클린의 쿨가이들과도 확실히 다르다.

그러다 보니 앨범은 때로는 당황스럽다. ‘Cité Perdue’ 같은 곡의 블랙메탈에서 아마도 보기 어려울 통통 튀는 리듬은 곡의 흐름에서는 이상할 것까진 없어 보이지만 내가 지금 무슨 앨범을 듣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구석이 있고, ‘L’Orpheline’의 어쿠스틱 연주와 느릿하지만 기묘한 그루브도 장르의 컨벤션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보르헤스의 작품에서 컨셉트를 따 온 앨범이어서인가? 앞으로의 전개가 잘 예상이 안 된다는 점에서는 근래의 블랙메탈 앨범들 중에서는 단연 손꼽힐 사례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얘기하면 청자의 입장에서 앨범을 듣다가 초점을 놓치고 길을 잃기 쉬워 보인다. 이런 음악을 프로그레시브 블랙메탈이라고까지 하긴 어렵겠지만 듣기에 꽤나 집중을 요하는 점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집중해 볼 만한 앨범임은 분명하다. 우리의 Pitchfork가 퀘벡 블랙메탈 따위를 리뷰하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이 정도면 Pitchfork와 다이하드 블랙메탈 매니악의 취향의 엄청난 간극을 대략 정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물론 사견이다) 무척 ‘쿨한’ 블랙메탈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Atondo Musiqu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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