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bin Julius가 죽었다. Der Blutharsch가 가장 뛰어난 네오포크 밴드라고 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지겠지만 그래도 장르를 선도했던 가장 뛰어난 부류들의 하나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이름들 가운데에서는 그래도 가장 ‘록 밴드’의 편성에 가까우면서 빡센(가장 ‘martial’했다는 뜻이다) 음악을 들려준 사례로 칭한다면 그래도 수긍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Albin의 사망은 아마도 이 장르가 생명력을 많이 잃었다는 혹자들의 최근 평가들에 엄청난 신빙성을 제공할 것이다. 각설하고.
물론 이 ‘밴드’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Albin Julius의 원맨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아니면 누군가와의 듀오)에 가까웠을 이 밴드가 진짜로 ‘밴드’의 편성을 제대로 갖춘 것은 이 앨범부터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스타일과 많이 달라졌던 것은 아니고, 여전히 묵직한 일렉트로닉스를 위시한 기존의 스타일에 Bain Wolfkind 특유의 적당히 도발적인 크루너 보컬과 기타 연주가 더해졌다고 하는 게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덕분에 Death in June의 ‘Frost Flowers’의 소절이 등장하는 6번 트랙이다. 아무래도 Ennio Morricone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 장르로서는 보기 드물게 서정이 넘치는 9번도 그렇고, 앨범 마지막의 Adriano Celentano의 ‘La Barca’의 커버에 이르면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게 무슨 앨범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말하자면 잘 하면 마샬 인더스트리얼의 거물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Der Blutharsch를 네오포크의 거물로까지 끌어올린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스타일의 호오를 떠나서 이만큼 곡들 자체의 매력이 뚜렷한 네오포크 앨범은 별로 없기도 하고, 결국은 메탈바보였던 어느 막귀의 소유자에게 새로운 장르의 맛을 보여준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문 셈이다.
[WKN,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