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명만 봐서는 블랙메탈의 역사에 확실한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름의 족적을 남겼어야 마땅해 보이지만 듣고 나면 뭐가 울트라한지 의문을 지우기 쉽지 않은 체코 밴드의 컴필레이션. 하지만 이 90-91년경 데모들의 음악은 어쨌든 90년대 초반 이제 막 본격적인 용틀임을 앞둔 블랙메탈의 스타일과 꽤 맞닿아 있었으니 NWN!이 뭘 보고 굳이 주목했는지는 이해도 된다. 하지만 1991년은 이미 Root가 바야흐로 “Hell Symphony”를, Master’s Hammer가 “Ritual”를 내놓을 시점이었다. 체코 블랙메탈의 선구자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으니 듣다 보면 습작 밴드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Tudor가 족적을 남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꽤 카랑카랑하고 체코말로 이국적인 인상을 던져주는 보컬이 템포만 빠를 뿐 별로 돋보이지 않는 연주를 이끌어가며 분전하고 있고,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노력만은 분명했는지 1990년 데모 수록곡들에 비하면 1991년 데모의 수록곡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확연한 발전을 보여준다. ‘Destrukce mozku’나 ‘Excsorszit’ 같은 곡들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고, 특히나 “Spalovna” 7인치의 수록곡에서는 무려 키보드를 등장시키는 패기를 보여준다. 물론 Master’s Hammer에 비교하면 안타까워지지만 나름대로 오컬트한 분위기와 블랙스래쉬를 어떻게 엮어낼 것인지 고민한 흔적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울트라하지 않은 음악을 울트라하다니 나처럼 우매한 청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차라리 Root 전작 컬렉션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Nuclear War Now!,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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