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lter Records는 이미지상으로는 장르의 가장 유명한 레이블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두 급은 밑으로 보이는 감이 있고 카탈로그를 봐도 A급이라 말한 만한 밴드들은 딱히 없지만, 적어도 90년대 중후반 독일 멜로딕 블랙메탈에 있어서는 인상적인 퀄리티를 보여준 곳이라고 생각한다. 1991년에 생긴 레이블인만큼 장르의 초창기부터 함께 한 곳이기도 하고(허나 카탈로그상으로는 1994년 이전에 뭘 낸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뭐 했을까), Arkona나 Arathorn의 발매작은 국내 중고매장의 단골 악성재고로 많은 이들에게 예상외로 익숙할 만한 앨범이기도 하다. 쓰고 보니 좋은 얘기는 별로 없구나.
Nox Intempesta의 이 데뷔 EP도 그런 레이블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는 노르웨이풍이 강한 리프(굳이 비교하자면 Immortal풍에 가까운)에 Bethlehem(“S.U.I.Z.I.D” 시절. 하긴 이 앨범과 같은 해에 나왔구나)을 연상케 하는 키보드가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이들의 개성이잖을까 싶다. 물론 이들이 훨씬 덜 니힐리스틱하다. 영어와 독일어를 왔다갔다하며 나름 극적인 인상을 주려는 모습이 역력한 보컬은 덕분인지 조금은 정신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긴 그 때는 이런 스타일을 ‘Chaotic’하다고 얘기해주곤 하던 시절이었으니 별로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장르의 팬이라면 무난하게 듣기는 충분할 것이다.
[Folter,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