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ila Csihar가 마이크를 잡았던 덕에 지금만큼 알려질 수 있었던 밴드라고 하면 맞는 얘기긴 하지만… Tormentor는 이미 80년대부터 완성된 형태의 블랙메탈을 들려주던 밴드였던만큼 그렇게만 말하면 밴드로서는 아마 억울할 것이다. Mayhem 같은 이들의 80년대 데모가 이들이 딜레탕트에서 뮤지션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즉 혹평한다면 Venom의 아류에 가까울 사운드를 들려주는 정도였다면 이들은 이미 동시대에 자신들의 색채를 가지고 있고, 연주 등의 부분에서도 당시의 다른 블랙메탈 밴드들에 많이 앞서 있었다. 당연히 때는 90년대 블랙메탈의 ‘스타일’이 미처 자리잡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이 앨범(사실은 두 번째 데모)은 그런 밴드의 출중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Dissection의 커버 덕분에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곡으로 꼽힐만한 ‘Elisabeth Bathory’의 느슨한 행진곡풍에서 퍼즈 톤의 리프와 함께 거칠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Darkthrone이 어느 부분을 참고했을지 짐작케 할 만한 부분이 있고, ‘Beyond’의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분위기 전개나 개성적인 솔로잉은 장르의 훗날을 내다본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래도 시절이 시절(이거니와 청자의 취향도 취향)인지라 가장 매력적인 곡들은 스래쉬 기운 잔뜩 머금은 곡들일 것이다. 내놓고 Slayer풍인 ‘Tormentor’나 Andy La Rocque풍 솔로잉까지 등장하는 ‘Lyssa’ 같은 곡들은 굳이 21세기에 왜 이 시절 흘러간 류의 블랙메탈을 찾아 듣는가? 라는 질문의 답으로 내놓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들어볼 만한 사람은 거의 다 들어봤겠지만 혹시나 아니라면 일청을 권한다. 저 잘 알려진 커버는 1995년 Nocturnal Art의 재발매반 버전이니 오리지널을 구하려는 이라면 유의할 것.
[Self-financed,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