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hor의 모든 앨범을 좋아하긴 하지만 특히나 “Ab Luna Lucenti, Ab Noctua Protecti”부터 Abhor는 그 이전과는 분명 다르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원래 데뷔작부터 던전 신스에 확실히 관심 많아 보이는 앨범을 내놓기는 했지만 어쨌든 건반 소품과 비교적 평이한 스타일의 블랙메탈이 조금은 애매하게 혼재하고 있던 것이 밴드 초기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Abhor는 블랙메탈에 심포닉을 통해 오컬트(하면서도 스푸키)한 분위기를 제대로 얹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지알로 사운드트랙으로 어울리는 스타일의 블랙메탈이라고나 할까? 하긴 이탈리아만이 내놓을 수 있는 류의 블랙메탈일 것이다.
밴드의 그런 스타일은 이번 앨범에서도 변함이 없다. Lord Vrăjitor(Old Sorcery의 그 분)가 합류한 건반은 기존보다 좀 더 화려해진(원래가 사실 꽤 ‘담백한’ 편이기는 했다) 편이고, 그걸 뒷받침해서인지 Iron Bonehead가 돈 좀 투자한 듯한 깔끔해진 음질은 전작들보다 좀 더 균형잡힌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Ceremonia Daemonis Anticristi’의 오르간 연주가 이끌어내는 특유의 분위기와 ‘Ode to the Snake’의 Black Sabbath풍 리프, 생각보다 Mystifier의 오리지널에 충실한 ‘Beelzebuth’의 커버가 한 장의 앨범에서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그야말로 흑마술 컨셉트를 앨범 전반에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블랙메탈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의 앨범이 늘 그랬듯 취향 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좋은 앨범이다.
[Iron Bonehead, 2022]
어릴때 한창 블랙메탈을 좋아하던 시절에는 블랙메탈 밴드들의 페인팅이나 앨범커버를 진지하고 멋있다고 느꼈는데, 그라인드코어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뭔가 우스꽝스럽다고 느끼게 되고 점점 블랙메탈을 멀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우스꽝스러움은 이미지 자체보다도, 그런 포즈나 행위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게 된달까요… 웃긴건 또 막상 음악 들어보면 맘에 듭니다 ㅋㅋ 장르가 요구하는 어떤 형식이나 틀이 있으니 그에 충실한것일 뿐인데.. 정작 저는 고어그라인드 밴드들이 무작정 대놓고 시체 던져놓는건 사지도 않으니.. 이 글 보고 앨범을 들어 봤는데 확실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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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블랙메탈의 싼티 풀풀나는 모습이 아직도 맘에 듭니다. 싼티라고 해서 그렇지 수준이 이쯤 되면 그것도 개성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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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말이 싼티지, 장르음에 대한 헌신 또는 충실함의 표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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