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프로그레시브 얘기를 할 때 1인자는 물론 감히 경쟁자도 없이 Marillion이겠지만 그 다음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거기부터는 쉬운 질문은 아니다. 이런저런 이견들이 있겠지만 Clive Nolan 특유의 싼티나는 톤이 때로는 감당이 안 되고 Geoff Mann이 엄청난 보컬이었다고 생각하는 메탈바보로서 개인적으로는 Pendragon 등의 밴드들보다는 Twelfth Night를 무려 2등에 올릴 것이고, 3등은 아주 조금 고민하겠지만 아마도 IQ를 고를 것이며, 적어도 1990년 이후로 가장 굵직한 행보를 보여준 네오프로그 밴드를 하나만 꼽는다면 그것도 IQ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밴드 작명 센스가 좀 더 뛰어났다면 이 밴드의 입지는 지금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하긴 하릴없는 짐작일 뿐이다.

그 IQ의 1990년 이후 앨범들 중 가장 돋보이는 건 아마 “Subterranea”나 “The Road of Bones”일 것이고, 어쨌든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의 변용에 가까워 보였던 전자보다는 후자가 내게는 더 와닿는 편이다. 일단 테마가 테마인지라 IQ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어두운 편인 것도 그렇고, Peter Nicholls의 나쁘게 얘기하면 때론 좀 단조로운 보컬도 이 앨범에서는 드라마틱하면서도 ‘관조적인’ 인상을 준다. 그래도 ‘Until the End’의 두터운 건반은 “The Wake”나 “Ever” 시절의 밴드의 스케일 큰 사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밴드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지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해가 안 되는 건 2CD 한정판이 있는데, 이 보너스 CD가 말이 보너스지 오리지널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므로 반드시 한정판 버전으로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낼 거면 더블 앨범으로 내지 굳이 왜 보너스로만 끼워주는 건지 알 수 없다. 꼭 내가 2번 사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Giant Electric Pea,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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