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hem의 첫 공식 라이브 앨범. 사실 생각해 보면 1993년에 Mayhem이 내놓은 정규작은 “Deathcrush” EP 하나 뿐이었고, 이미 이 장르의 선구적인 앨범들이 먼저 세상에 나온 시점이었다(Darkthrone의 “A Blaze in the Northern Sky”나, Samael의 “Blood Ritual”이나, Immortal과 Burzum의 데뷔작이나…). 그러니까 블랙메탈의 원조격으로 대접받는 밴드가 뜬금 라이브앨범을 낼 타이밍은 생각건대 아니지 않나 싶다. 결국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체 코스프레 수준이 아니라 정말 시체같은 삶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한 Dead가 참여한 밴드의 유일한 공식 릴리즈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미 1991년에 떠난 보컬리스트를 데리고 앨범을 낼 수는 없었으니 그 시절 라이브를 내놓는 것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Dead가 한 장의 앨범도 내지 못하고 떠난 걸 안타깝게 생각한 레이블측의 권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수록곡들은 “Deathcrush” EP의 곡들이 주류기는 하지만 ‘Freezing Moon’처럼 1994년에야 첫선을 보일 곡들이 이미 그 이전에 완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아직은 본격 블랙메탈 보컬이라기보다는 Morbid 시절의 데스메탈 보컬에 더 가까워 보이는 Dead의 노래도 – 그 자체의 기량은 둘째치고 – 악명 높은 초창기 밴드의 이미지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곡과 곡 사이의 이런저런 멘트들만 듣더라도 이 사람은 확실히 블랙메탈 보컬이 직업이라기보다는 그냥 진짜로 미친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Freezing Moon’의 도입부라던가) 이들의 초기작들이 다 그렇듯이 드럼이 지나치게 강조된 레코딩은 좀 많이 곤란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공식 라이브인지라 다른 부틀렉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조금은 나은 편이고, ‘Chainsaw Gutsfuck’ 같은 곡에서는 항상 그 시끄러운 드럼에 묻혀버리던 베이스가 힘을 내서 디스토션 바짝 걸고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좀 집중할 만 하면 튀어나오는 잡음들만 아니라면 확실히 좀 더 나았을 것이다.

예전에 이 앨범의 ‘Pure Fucking Armageddon’을 핸드폰 벨소리로 설정한(당연히 여자친구 없었음) 미친자가 있었는데 간만에 한번 연락해 봐야겠다.

[Obscure Plasma, 1993]

Mayhem “Live in Leipzig””의 2개의 생각

HHH 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