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Mayhem의 부틀렉들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앨범일 것이고 굳이 부틀렉을 찾아듣지 않더라도 블랙메탈 팬이라면 꽤 익숙할 바로 그 앨범. “Live in Leipzig”와는 달리 밴드의 정규작은 아니었지만 Euronymous의 측근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보기 어려웠을 Dead의 사후 사진을 커버로 쓰는 패기는 이 앨범을 다른 부틀렉과는 확실히 다른 경지로 올려놓았다. (사실 앨범을 보면 별로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현실감 없이 느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흔히 웬 무명 콜롬비아 레이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저 Warmaster Records도 남미의 데스메탈 프론티어로 꽤 이름을 알리면서 Osmose에서 앨범을 내고 있던 Masacre의 Bull Metal이 굴리던 레이블이었다. 말하자면 듣보잡 취급하기는 좀 애매한 레이블이었다는 뜻이다.

Dead가 Mayhem의 보컬로 활동한 게 1988년부터 4년 남짓이었음을 생각하면 사실 Dead가 Mayhem의 보컬로서 남긴 음원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애초에 노르웨이에서 공연 2번만에 클럽들의 보이콧으로 안되겠다 싶어서 떠난 투어도 독일에서 3차례, 터키에서 1차례의 공연에 그쳤던만큼 남은 게 많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게 독일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Live in Leipzig”이고, 이 부틀렉은 1990년 2월 28일의 노르웨이 Sarpsborg 공연을 담고 있다. 덕분에 ‘Pagan Fears’를 제외하면 “Live in Leipzig”에도 모두 있는 곡들이고, 부틀렉답게 음질이 절륜하기 그지없었던 “Live in Leipzig”보다도 한술 더 뜨는 수준이니 사실 Mayhem의 팬이 아니라면 이걸 추천하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차피 이 앨범을 듣는 이들은 결국 Dead가 마이크를 잡은 Mayhem의 모습을 체험하려는 이들일 것인데, Dead의 보컬만큼은 “Live in Leipzig”에서보단 확실히 좀 더 나은 편이고, Hellhammer의 테크닉이 일취월장하기 전 좀 더 여유 있는 템포로 ‘Chainsaw Gutsfuck’를 연주하는 모습도 지금에 와서는 이색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이 부틀렉의 부틀렉(뭐 시작부터 부틀렉이었으니 정말 여기저기서 마구 나온다) 버전은 Messiah가 보컬을 맡았던 밴드의 1985년 Ski 라이브를 담고 있으니 듣기 고역인 건 매한가지겠지만 사료로서의 가치도 충만하다. 역사 공부도 아니고 앨범을 뭘 사료로서 모으냐 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 앨범을 돈주고 살 사람들은 사료로서 앨범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니만큼 그게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참… 언제 들어도 피곤한 앨범이긴 하다. 이러니까 부틀렉이 참 어렵다.

[Warmaster, 1995]

Mayhem “Dawn of the Black Hearts””의 2개의 생각

  1. 사건 하면서 사체 사진이나 부검사진을 꽤 봤고 특히나 저는 고어그라인드 장르를 하다보니 괴상한 사진들을 많이 봤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 사진은 포즈를 어느정도 잡았거나 사후에 보기 좋게(?) 건드려서 찍은 사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뇌가 저렇게 보기좋게 모양갖추어 나오는게 말이 되나 싶어요
    아무튼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앨범이라 어릴때 처음 접하고 충격을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은 별 생각도 안 드니(음악적으로도) 제가 자극에 둔감해진 것인지 나이를 먹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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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만큼 경험이 많아지신 거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그라인드를 하시니 이런 사진들은 이골이 나셨을 듯 싶습니다. 전 이 앨범 커버는 워낙에 좀 정돈돼서 그런가… 사진이 아니라 그림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 앨범보다는 솔직히 Last Days of Humanity 앨범 커버들이 좀 더 빡세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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