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ndy O’ Williams의 이름으로 나온 앨범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Wendy의 솔로 활동 앨범이었던 건 아니고 다만 Plasmatics라는 이름의 사용권이 문제되어 그 이름을 쓰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Plasmatics의 앨범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Plasmatics는 어쨌든 펑크 밴드기는 했지만, 적어도 “Metal Pristess” EP부터의 밴드의 음악은 펑크보다는 사실 헤비메탈에 더 가까운 편이었고, 덕분에 이 앨범도 메탈 앨범이라기에 무리 없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그래도 Kiss의 멤버들이 대거 참여해서 만들어진 덕분인지 음악은 밴드의 기존 앨범들과는 좀 달랐다. 사실 좀 다른 정도가 아니라 Gene Simmons가 유일하게 크레딧에 빠져 있는 곡인 ‘Opus in Cm7’ 정도를 제외하면 이 앨범에서 Plasmatics의 기존 스타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나 전작인 “Coup d’Etat”가 과장 섞으면 S.O.D 풍의 스래쉬 리프까지 등장하는 앨범이었음을 생각하면 확실히 펑크풍을 걷어내고 메인스트림 하드록에 가까워진 이 음악은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당연히 이건 의도된 방향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80년대 록의 유명 페미니스트였던 Wendy의 이름을 내건 앨범의 첫 곡이 ‘I Love Sex(and Rock ‘N’ Roll)’일 수는 없어 보인다. Vinnie Vincent 등이 손을 빌려준 덕에 연주의 스케일은 사실 더 커졌지만, 그래서인지 오밀조밀한 리프가 돋보이는 기타 정도를 제외하면 밴드 특유의 에너지는 좀 잦아들어 보인다. 이후 법적 문제로 다시는 Plasmatics라는 이름을 건 앨범이 나올 수 없었음을 생각하면 이 앨범에서 사실상 Plasmatics라는 밴드는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Kiss가 힘을 빌려준 앨범이니만큼 마냥 나긋나긋하진 않고, 적어도 메인스트림 차트에 오른 앨범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거친 맛은 확실히 보여주고, ‘It’s My Life’나 ‘Ready to Rock’ 같은 팝 메탈은 이 앨범이 어떻게 그래미 후보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물론 상은 못 탔음) 짐작케 하는 힘이 있다.

[Passport,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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