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나 인더스트리얼이나 도통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알고 있는 사실들 중의 하나는 이 일본 출신 파이오니어가 도저히 모을 수 없을 정도로 앨범을 많이 냈다는 점이고(1년에 10장 이상 앨범 내는 것도 예사인지라), 그렇기 때문에 장르의 거물이지만 애초에 모을 생각 자체를 깔끔히 포기했었다. 하긴 베스트 컨디션에서 들어도 이 앨범과 저 앨범이 대체 어디가 다른 건지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먹기 어려운 앨범들을 비싼 건 200달러씩 내 가면서 사 모으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 경제적 능력 부족한 음알못으로서 나름의 합리적 소비형태라고 강변해 본다. 각설하고.

덕분에 몇 장 들어보지도 못한 Dissecting Table의 음악이지만 그래도 들어본 중에서는 이 앨범이 노이즈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는 좀 더 감당할 수 있는 류의 음악이지 않을까? 그라인드코어 식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리프’ 비슷한 게 나오는 음악이기도 하고, 그 리프도 복잡하게 꼬기보다는 가끔은 둠적인 색채까지도 드러나는 직선적인 형태인지라, 그런 면에서는 Man is the Bastard 류의 파워 바이올런스를 연상할 만한 부분도 있다. 말하자면 노이즈지만 리드믹 인더스트리얼 형태가 아니면서도 ‘후려치는 맛’이 돋보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후려치는 맛을 기대하고 Dissecting Table을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로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걸 찾아듣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다.

[Triumvirate, 2000]

Dissecting Table “Memories””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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