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브뉘엘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That Obscure Objects of Desire)”에 나오는 가상의 테러리스트 집단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The Revolutionary Army of the Infant Jejus는 지금 들어도 독특하기 그지 없는 음악을 연주했다. 브리티쉬 포크가 중동풍의 사운드와 연결되고, 동시에 인더스트리얼의 사운드와 노이즈가 등장하며, 간혹은 (약간은 흘러간 시절의)뉴욕 아방가르드를 연상시킬 정도의 괴팍함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디스코 비트가 등장한다.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의 음악을 연주했던 셈이다. 덕분인지 이 밴드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네오포크에 큰 영향을 주었던 뮤지션 중에 언급되고 있다만, 그럼에도 그럼 어느 후대의 밴드가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인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들이 보여주는 컨셉트도 독특하다. 기독교 문화 이전의 ‘유럽적인’ 면모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던 다른 많은 네오포크 밴드들과는 달리 이들은 로마 카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의 상징들과 테마들에 근간을 두고 있다. 더 잘라 말하자면 천로역정 오컬트 버전을 추구하고 있는 셈인데, 천로역정이 좀 더 외로운 여행길이었다면 이들의 음악은 그보다는 좀 덜 고독한 여행길을 그리는 듯 의외로 다양한 편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음악이 네오포크, 그 중에서도 소위 ‘아포칼립틱 포크’와 맞닿는 지점도 거기에 있다.

그렇지만 앨범의 스타일은 꽤 다양한 편이다. Douglas P. 등을 연상케 하는 남성 보컬과 사실 노래라기보다는 나레이션이나 읊조림에 열중하는 여성 보컬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가 기본이 되긴 하지만 다양한 편성을 기반으로 앨범은 예상보다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런 다양함을 잡다하지 않게 붙잡는 건 이들의 멜로디감각이다. ‘Tales from Europe’나 ‘The Singing Ringing Tree’처럼 명확한 멜로디라인에 뿌리내리지만 이를 점점 뒤틀어 가는 모습은 네오포크 특유의 괴팍함이 아마도 이 시점에는 이미 그 맹아는 완성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한다. 멋진 음악이다.

[Probe Plus, 1987]

Revolutionary Army of the Infant Jejus, The “The Gift of Tears””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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