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lica의 2023년 신작. 이젠 스래쉬메탈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하는 게 조금은 (많이) 민망한 밴드가 된 지도 좀 오래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저 평타만 쳐 주세요 정도의 기대감만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앨범이 나오면 사는 거 보니 스스로의 의리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블로그에 오는 많은 이들이 웃기지 말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각설하고.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들은 앨범 치고 첫인상은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근래의 Metallica의 앨범은 “Load”나 “Reload”에서 느껴진 하드록에 너무 뉴메탈스럽지 않은 질감으로 스래쉬메탈 식 ‘lick’을 섞어만 줘도 대충은 만족할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그러고 보면 “Lulu”가 진짜 큰일 한 앨범이다) 이런 반응은 적당히 걸러들을 필요가 있겠지만, ‘Sleepwalk My Life Away’의 솔로잉이나 ‘Screaming Suicide’, ‘Crown of Barbed Wire’ 같은 곡의 드러밍은 웬일이지? 하는 생각을 불러오기엔 충분해 보인다. Metallica가 예전 스타일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옛날 느낌 한번 따라가 보려고 했던 건 분명해 보인다. ‘Lux Æterna’에서 ‘Motorbreath’를, ‘Inamorata’에서 ‘My Friend of Misery’를, ‘You Must Burn!’에서 ‘Sad But True’가 생각나는 게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전 스타일로 돌아갈 수는 없었던 이 밴드가 내는 옛날 느낌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편이다. 전작보다야 짧아졌지만 여전히 리프의 힘에 비해서는 너무 길어 보이는 곡들은 밴드의 힘이 떨어졌다는 증거일까? 마냥 그렇게 보기에는 중간중간 생각보다 번뜩이는 부분들이 있는지라 삐딱한 시선의 메탈바보에게는 이런 식의 전개는 때론 심지어 안이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밴드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솔직히 만들다 만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메이저 밴드의 완성된 앨범에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정말 흔치않은 경험일 테니 오늘도 씨디값을 수업료삼아 인생을 조금 더 배웠다고 하고 넘어간다.

[Blackened Recording, 2023]

Metallica “72 Seasons””의 2개의 생각

  1. 메가데스도 그렇고 이 앨범도 그렇고 항상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냥 만들지를 말지 하는.. 그런데 또 안만들 순 없겠죠. 워낙 아이콘들이니.. 솔직히 저는 메가데스의 경우 새 앨범 들어보려고 하다가 아 정말 구리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서 화가나가지고 도저히 듣지 못하고 꺼버렸고 이 앨범은 듣다가 잠들어서 다시는 안 틀어보고 있는데, 완성된 작품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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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도 Megadeth 신보는 이제 밴드 본인들이 힘이 떨어졌구나… 싶어서 그렇지 덜 만들었단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 앨범은 덜 만들었나 하는 느낌을 준다는 게 되게 독특합니다. 하긴 Metallica 힘 떨어졌다는 느낌은 더 오래된 얘기인지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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