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만 봐서는 풍랑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바이킹메탈인가 싶기도 하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갤리선도 아니고 범선이니 별 상관없겠구나 하는 예상을 던져주는 Isenordal의 데뷔작. Isenordal은 한 5~6년 전쯤 괜찮은 미국 둠-데스 정도로 넷상 가끔 이름을 마주할 수 있던 밴드였는데, 두 장의 앨범을 내고 Prophecy의 로스터에 들어가서 이제 나름 성공 맛 좀 보나 했지만 정작 Prophecy와 계약한 이후 앨범이 딱히 나오지 않고 있는지라 얘네 대체 뭔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름 밴드의 이름을 알렸던 이 데뷔작을 이제서야 구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Prophecy에서 2019년에 제대로 찍어내기 이전에는 테이프로만 돌아다니던 앨범이기도 하고.

metal-archives에서는 Pagan Black/Doom Metal/Neofolk라는 식으로 장르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네오포크의 기운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그보다는 ‘cascadian’ 블랙메탈 중 신서사이저를 좀 더 화려하게 사용하는 부류의 스타일에 둠 메탈의 모습을 더한 정도의 음악을 보여주는 편이다. 그러니까 저 ‘pagan’이란 설명이 빵점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저 레떼르 붙은 앨범에 보통 기대하는 류와는 차이가 있는 편이다. ‘Pyres at Nightfall’처럼 Novembers Doom이나 소시적의 Paradise Lost를 떠올리게 하는 도입부에서 때로는 Wolves in the Throne Room류의 블랙메탈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자면 그냥 블랙메탈의 기운이 강한 둠-데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많은 얘기 필요 없이 블랙메탈이 좀 섞이긴 했지만(특히나 ‘A Gallows Prayer’) 그냥 드라마틱한 구성에 강점이 있는 둠-데스 밴드라고 하는 게 나로서는 가장 정확해 보인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결국 Prophecy에서 나온 블랙메탈 기운 강한 웰메이드 둠-데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Prophecy가 여전히 이 장르의 명가 중 명가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니까 그놈의 멤버십을 아직도 끊질 못한다.

[Self-finance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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