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an White까지 떠난 뒤에도 Yes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신작을 내놓았다. 하긴 이제 밴드의 ‘클래식’ 멤버는 Steve Howe 뿐이고, Howe를 제외하면 80년대나마 밴드의 ‘한창 시절’ 맛을 본 멤버는 Geoff Downes 뿐이다. 이 두 베테랑이 나머지 젊은이들(이래봐야 물론 정말 젊은이는 아니다만)을 이끌고 명맥을 이어 나가는 이 밴드가 그 한창 시절의 에너지를 유지할 거라고 볼 수는 없겠다.
그러니까 너무 삐딱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 앨범은 생각보다 더 괜찮게 들린다. 물론 Billy Sherwood가 여전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불만스럽지만 멤버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Alan White의 빈자리를 채운 Jay Schellen의 연주도 (Yes의 드러머치고는)화려하다기엔 좀 그렇지만 충분히 탄탄하게 들린다. Billy Sherwood마저도 그가 참여한 Yes의 어느 앨범에서보다도 나은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나 Steve Howe가 역동적인 리듬에 얹혀진 오케스트레이션을 뒤로 하고 발군의 연주를 보여주는 ‘Mirror to the Sky’는 적어도 ‘Machine Messiah’ 시절의 Yes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건반이 Geoff Downes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긴 하겠다.
Jon Davidson이 들어온 이후의 앨범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게 들린다. 실망스러웠던 “Heaven & Earth”와 Chris Squire의 빈자리를 감출 수 없었던 “The Quest”에 비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실 ‘Mirror to the Sky’ 한 곡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Inside Ou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