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lfth Night의 가장 뛰어났던 한 장을 고른다면 그건 “Fact and Fiction”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밴드 최고의 매력이 그 시절 네오프로그 밴드답지 않게 화끈한 면모에 있었다는 점에서 밴드의 매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은 “Live and Let Live”일 것이다. 일단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라이센스된 Twelfth Night의 앨범이므로 접근성에서도 더할 나위 없고, 밴드가 Geoff Mann과 함께 한 마지막 공연을 담아낸 앨범인만큼 ‘역사적’ 가치라는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Twelfth Night 얘기를 하면서 역사적 가치까지 운운하는 건 내가 봐도 과해 보이기는 하다만 자칭 빠돌이 입장에서 못 할 얘기도 딱히 없긴 하다.

Geoff Mann의 마지막 공연이었다지만 Geoff Mann의 커리어에서 정점을 찾는다면 이 라이브일 것이고, 단연 ‘We Are Sane’과 더불어 밴드 최고의 명곡일 ‘Sequences’가 제대로 실린 첫 앨범이라는 점은 이 앨범을 밴드의 다른 라이브와는 다른 지위에 올려놓는다. 사실 노래를 더 잘 하는 건 Andy Sears라고 생각하지만 이 시절의 Geoff Mann의 가끔은 미친놈 같을 정도로 연극적인 보컬은 확실히 대체불가의 무언가에 가까워 보인다. 덕분에 밴드의 곡들 중에서도 확실히 메탈릭한 편인 ‘East of Eden’도 겉돌지 않는다. 사실 곡과 곡 사이마다 좀 멘트가 과하다 싶은데, 그것만 아니었으면 웬만한 NWOBHM 밴드의 라이브앨범에 흡사할 에너지의 앨범이었을 것이다… 라고 말하면 많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1983년, 데뷔작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떡잎부터 때깔이 달랐던 Marillion을 빼고 이 구역의 그 시절 2인자를 꼽는다면 Twelfth Night가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의 명연이라 할 수 있겠다. 이랬던 그 보컬이 갑자기 교회 오빠로 변신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당혹감은 어땠을지 조금 궁금해진다. 물론 그래도 우리 주변의 교회 오빠들과는 좀 많이 달라 보이기는 한다.

[Music for Nations,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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