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ep of Kalessin의 대망의 첫 데모? 사실 첫 데모라기엔 데뷔작과 같은 해에 나온데다 이 데모의 수록곡들은 모두 그 데뷔 앨범 “Through Times of War”에 재녹음되어(물론 곡명은 다 바뀌었음) 다시 실렸으므로 바야흐로 데뷔작을 위한 용틀임… 정도의 데모이겠지만, 하긴 데모라는 게 원래 그러라고 만드는 것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이만큼 데모 본연의 역할을 다한 사례도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이다. 각설하고,
그런데 정작 이 데모의 음악은 데뷔작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데모와 정규 앨범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이 데모는 이후의 앨범보다 비교적 여유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블랙메탈이기는 하지만 보컬은 좀 더 데스메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차이점인데, 그래도 밴드 특유의 서사에 방점을 찍은 전개는 여전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말이 데모지 이 정도면 블랙메탈 데모로서는 최상의 음질로 꼽힐 사례가 아닐까 싶은 만큼(동시대 노르웨이 밴드들 데모들의 개똥같은 녹음을 생각하면 더욱 돋보인다) 이 정도면 그냥 편곡의 차이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래 Keep of Kalessin이 스피드로 승부하는 밴드는 아니기도 하고.
그 시절 블랙메탈 데모 중에서는 손꼽힐 만한 작품 중 하나이겠지만, 그래도 수록곡들이 모두 정규반에 실린 만큼 밴드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구할 필요는 없을지도? 그래도 2000년대 초반부터 밴드 오피셜 홈페이지에 공짜로 다운로드가 풀린 데모여서인지 나온 지 거의 30년 된 데모들 중 이만큼 구하기 쉬운 사례도 많지는 않으니 블랙메탈 데모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분이라면 한번 구해봐도 좋을지도.
[Demonion,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