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신기한 사실 중 하나는 안 그래도 블랙메탈 듣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심포닉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사람들의 귀를 끌기 어렵다고 다들 얘기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 비인기 장르들 중에서도 첫손가락의 가장 유력한 후보들 중 하나였던 war-metal이 언제부턴가 나 메탈 깨나 들었다고 노골적으로 자부심을 드러내는 이들의 최애 장르로 꼽히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Blasphemy의 클래식들이 Wild Rags가 찍어낸 이후 재발매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이유를 들기엔 꾸준하게 부틀렉이 돌아다녔으므로 아예 장르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기도 좀 그렇다. 물론 정확한 이유 같은 건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냥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의 취향들도 지저분해졌다 정도로 일단 넘어간다.

Abysmal Lord도 결국은 Blasphemy 이후 한참 뒤에 등장한 그 후예들 중 하나인데(그러니까 광고문구의 Sarcofago나 Sextrash 운운하는 얘기들은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만 뻥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셈이다), Blasphemy보다는 좀 더 완급조절이 있고 때로는 그루브할 정도로 탄력적인 리프(특히 ‘Bestiary of Immortal Hunger’)를 보자면 Blasphemy보다는 사실 Archgoat에 비교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특히나 무려 4분(!)을 넘어가는 ‘Ultra Expulser’ 같은 곡이 보여주는 ‘나름의’ 서사는 꽤나 인상적인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Archgoat보다는 차라리 Revenge에 비슷해 보이던 “Exaltation of the Infernal Cabal”보다는 좀 더 정제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물론 그래봐야 그놈이 그놈이라 한다면 딱히 할 말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장르의 팬이라면 시원하게 들을 수 있을 테니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Hells Headbanger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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