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글램 메탈이 푸들 메탈이란 식으로 폄하되는 지점은 생각보다는 분명했고 장르가 나름의 생존법을 모색하며 그 ‘푸들’ 스타일을 슬슬 버리고 일반적인 메탈 밴드의 스타일에 접근했던 건 아무래도 80년대 후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Guns N’ Roses나 Skid Row 같은 밴드들일 것이고, 많은 밴드들이 나자빠지던 80년대 후반에 그래도 좀 더 늦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례들도 이런 밴드들이었지 않았나 싶다. ‘실력없는 애들이 인기만 좇는다!’는 식의 비난에서도 아무래도 좀 더 자유로웠을 것이다.
Sleeze Beez도 말하자면 그런 사례인데(1989년 발매작이다), 암스테르담 출신 밴드라고 해서 무려 메이저 데뷔작에서 선셋 스트립의 스타일을 따르지 않을 걸 기대할 수야 없겠지만, 전형적인 LA 스타일보다는 AC/DC풍의 거친 맛이 느껴지는 리프는 이 밴드가 나름의 차별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뛰어난 파워 발라드 ‘Stranger Than Paradise’나 ‘Heroes Die Young’, ‘House in on Fire’ 등은 유럽 밴드가 만든 가장 뛰어난 헤어메탈 곡으로 꼽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랬다고 장사가 된 건 아니었다. 밴드는 이후 두 장의 앨범을 더 발매했지만 이 앨범만큼의 성취와 성공을 맛보지는 못했다. 나름의 생존법을 찾았을지언정 1989년은 이런 밴드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의 마지막 시기였던 셈이다.
[Atlantic,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