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n Parry의 Ayreon 따라잡기 프로젝트의 3집. 본업이 본업인지라 저 밴드명이 ‘공동수급체’로 읽혀 듣기 전부터 감흥을 깎아먹지만 따지고 보면 Ian Parry 본인이 Ayreon에 있으면서 보고 배운 걸 따라하는 듯 스스로 중심이 되어 이런저런 뮤지션들을 끌어들여 만든 프로젝트이니 저만큼 딱 들어맞는 밴드명도 짓기 어렵겠거니 싶다. 말하자면 주계약자관리방식 공동수급체에 유사하다고 하겠다. 음악 글에 공동수급체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곤란하니 각설하고.
음악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사실 이 밴드의 전작인 “Continuum In Extremis”가 라이센스로 나와 눈물나는 판매고와 그보다는 좀 덜 민망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으므로 이 앨범에 대한 기대는 크지는 않았는데, 충분히 견실한 연주들을 밋밋한 송라이팅으로 뭉개버리는 감이 없지 않았던 전작에 비해 극적인 면모가 확실히 돋보인다. 특히 ‘Spirit of Kindness’나 ‘Beyond the Gateway of Legends’ 같은 곡은 Ian Parry가 전작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장르에 대한 공부를 꽤 열심히 하고 왔다는 인상을 준다. 후자는 사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전형보다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문법을 의식한 Elegy풍 하드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오존층 파괴 이후 망해버린 세상에 대한 컨셉트 앨범이 왜 이리 마냥 밝은가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으나 어려운 가운데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로 만든 음악이라고 치고 넘어간다. Ayreon을 좋게 들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공동수급체’ 밴드의 앨범들 중 하나만 고른다면 아무래도 본작이 가장 괜찮지 않을까 싶다. 저렴한 곳에서는 2유로에 떨이로도 팔고 있는만큼 구하기도 쉽다.
[Century Media,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