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ver의 역사적인 데뷔작. 사실 Ulver의 작품들은 이 앨범 이전에 나온 “Vargnatt” 데모부터는 이미 웬만한 건 다 정식으로 발매가 된 데다 노르웨이의 1세대 블랙메탈 밴드들에 비해서는 누가 뭐래도 조금 늦게 나오기는 한지라… 그래서인지 노르웨이의 그 시절 블랙메탈의 불한당들에 비해서는 언급되는 경우가 적은 듯하다. 하긴 “Nattens Madrigal” 이후로는 블랙메탈을 한 적 자체가 없으니 커리어 초창기의 몇 년만 블랙메탈을 연주했던 이 밴드를 블랙메탈 밴드라고 힘주어 소개할 필요도 없어 보이긴 한다. 각설하고.

그래도 (초기 3장의 앨범이 모두 그렇지만) 암만 취향차를 얘기할지언정 이 앨범이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당시로서는 좀 ‘과하게’ 포크였던 2집이나 노골적으로(그리고 의도적으로) 찢어지고 지글거리는 사운드를 강조한 3집의 음악을 생각하면 이 데뷔작이 노르웨이 블랙메탈을 얘기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인상에 가장 가깝다는 것도 대개 이견이 없지 않을까? 당대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 좀 더 웅장하면서도 서정을 강조한 멜로디, 짙은 포크 바이브 깃든 어쿠스틱 인트로(‘Capitel II: Soelen gaaer bag aase need’)에 뒤이은 휘몰아치는 연주, 블랙메탈의 짧지 않은 역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보컬리스트의 일석을 다툴 Garm의 목소리는 굳이 포크 블랙메탈이 아니더라도 장르의 역사에서 돋보일 하나의 모범을 보여준다.

여담이지만 군 시절 인트라넷 내부 음악 동호회에서 Harvard(일본 시부야케이 그 밴드)가 인기를 끌었는데 혼자 이 앨범에서 기타를 연주했던 Haavard의 솔로앨범 얘기인 줄 알고 반갑다고 끼어들었다가 통신망과 모니터를 뚫고 ‘쟤 뭐지?’ 하는 시선이 날아오는 듯한 느낌에 되게 무안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추억도 많은 앨범이다… 라고 하면 이게 얘기가 맞나?

[Head Not Found, 1995]

Ulver “Bergtatt – Et eeventyr i 5 capitler””의 2개의 생각

  1. 블랙메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최고의 앨범 중 하나
    간만에 아는 앨범 나와서 흔적 남기고 간다. 잘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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