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원맨 블랙메탈 밴드(하지만 중국인으로서 자긍심 넘치는 한족이라 하니 중국 밴드라고 해도 좋을지도)의 두 번째 앨범…이라고 하나 나로서는 이 앨범으로 밴드를 처음 접한다. 그림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밴드의 소개를 보면 유, 관, 장 3형제를 기리며 만든 앨범이라고 한다. 또 있는지는 모르지만 드디어 삼국지 컨셉트 블랙메탈 앨범도 하나 알게 된 셈이다. 이 동방예의지국에서 삼국지가 생소할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찌기 삼국지와 블랙메탈을 연관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는지라 이런 결합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 삼국지보다는 러브크래프트가 먼저 생각나는 Hasthur라는 가명을 달고 삼국지 블랙메탈을 연주한다는 것도 조금은 웃기다는 생각도 앞선다.
그래도 음악은 나쁘지 않다. 사실 동양풍의 멜로디가 실린 블랙메탈이라면 Sigh를 필두로 한 많은 밴드들을 통해 이미 접한 바 있고, 동양풍의 멜로디와 생각보다 파워 코드를 별로 안 쓴다는 점만 빼면 트윈 기타를 중심으로 약간의 키보드를 더한 멜로딕 블랙메탈이므로 새로울 것은 없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러니 결국 이 앨범에 대한 호오는, 때로는 짙은 뽕끼까지 느껴지는 저 동양풍 멜로디를 감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The Flying General’의 블랙메탈보다는 차라리 파워메탈에 어울려 보이는 도입부 솔로잉이 유치하게 느껴졌다면 이 앨범을 굳이 끝까지 들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Sabaton도 듣고 Graveland도 듣는데 이 음악을 유치하다고 피한다면 그건 좀 불공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꽤 재미있게 들었고, 내용이 내용인지라 곡명만 보더라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니 나 같은 아시아 사람들이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며, 10년 뒤의 중국 메탈이 새삼 궁금해지기도 한다.
[Pest Productions, 2023]
겁나 조용하네, 이 정도면 블로그 망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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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준이면 이 블로그는 시작할 때 이미 망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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