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얘기 하는 김에 간만에 들어보는 Hawkwind의 16집이자 1990년작.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산 Hawkwind의 앨범이기도 한데, 이유는 별 거 없고 LP로는 서라벌레코드 라이센스가 있었지만 CD는 라이센스가 없어서 찾은 끝에 구하게 된 미국반 CD가 Roadracer반이었기 때문. 지구레코드 덕에 Roadrunner의 메탈 클래식들을 접하고 있었고 딱히 아는 건 없었지만 Roadracer가 Roadrunner가 루니툰과의 저작권 이슈로 등장하게 된 이름이란 정도는 어떻게 알았는지 들은 바 있었던 얼치기 메탈 팬으로서는 안 그래도 뭔가 메탈스러웠던 저 커버와 레이블명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기엔 충분했다. Hawkwind 음악은 안 들어봤지만 그래도 이름만은 들어봤다라는 것도 조금은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어이없는 구매동기를 생각하면 음악은 의외일 정도로 취향에 맞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앨범의 가장 잘 알려진 곡인 ‘T.V. Suicide’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 밴드의 앨범 첫 곡들이 으레 그렇듯이 드라이브감 강한 하드록을 선보이는 ‘Images’나, 주술성이라는 면에서는 밴드의 전성기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는 ‘Black Elk Speaks’ 같은 곡이 있고, 밴드의 정규작으로서는 유일하게 Bridgett Wishart가 마이크를 잡은 앨범이라는 것도 그렇다. 물론 Hawkwind의 보컬을 얘기할 때 Dave Brock이나 Nik Turner가 아닌 Bridgett Wishart를 얘기하는 이는 거의 없겠지만 Hawkwind의 스페이스록에 여성보컬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 즈음의 Hawkwind 앨범들이 많이 그랬지만 앨범 전반에 흩뿌려진 앰비언트만 좀 덜어냈더라면 평가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이 앨범을 Hawkwind의 명작이라 얘기하는 이는 솔직히 한 번도 본 적 없고 밴드의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매 그에 필적한다 말할 수도 없겠지만, Ozric Tentacles의 음악을 좋다 하면서 이 정도 앨범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뭔가 아니지 않나 싶다. 물론 아니라면 당신 말씀이 맞겠습니다만.

[GW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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