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앨범이 20년 됐다기에 간만에. Peste Noire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NSBM 밴드임은 분명하고, 이제는 Blackgaze를 넘어 블랙메탈 출신 뮤지션들 중 최고의 스타 중 하나가 되어버린 Neige로 하여금 이 앨범에 참여한 것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게 만들 정도로 노골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이 앨범이 NSBM으로 분류되는 앨범들 중 최고의 결과물 중 하나로 꼽힐 만하며 적어도 21세기에 NSBM이 아니라 블랙메탈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이만한 앨범이 얼마나 나왔는가 하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21세기에 나온 많은 NSBM 앨범들이 있지만 이 앨범만큼 진짜 ‘위험한’ 앨범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개의 NSBM 앨범들은 일단 형편없는 내용물 덕분에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보기도 전에 CD 랙으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이 앨범이 보통의 NSBM처럼 오로지 증오만을 분출하는 흔해빠진 블랙메탈이 아니라 크리스틴 드 피장의 텍스트와 클래시컬한 무드(여기에는 어쿠스틱 소품들이 꽤 큰 역할을 한다)를 꽤 거칠지만 명료하게 녹음된 블랙메탈로 뒤틀면서 보들레르의 텍스트 등의 힘을 빌린 퇴폐성을 얹어내면서 나름의 드라마틱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음악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요목조목 들여다보면 블랙메탈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들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멋진 멜로디의 어쿠스틱 소품들도 그렇지만 이만큼 솔로잉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특히나 ‘Laus Tibi Domine’) 블랙메탈 앨범은 정말 드물 것이다.
덕분에 Peste Noire라는 이름만 떼어놓고 본다면 NSBM이 아니라 평화로웠던 어느 프랑스 마을의 정경이 흑사병으로 불타오르는 모습을 소재로 했을법한 블랙메탈 오페라(라기는 카바레)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첫 데모 제목을 “Aryan Supremacy”로 짓는 미친자들의 앨범을 들으면서 NSBM 얘기를 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윤리성을 잃어버린(하지만 그 비윤리성을 예술의 이름으로 감춰낸) 예술 작품이 어디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얘기할 때 중요한 사례로 써먹을 수 있을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새삼 좀 무섭다.
[De Profundis Éditions, 2006]
구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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