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aic “Harvest/The Waterhouse”

Mosaic는 독일 블랙메탈 밴드이다. 특이점이라면 이 밴드에게 붙는 장르적 분류는 흔한 ‘포크 블랙’이 아니라 ‘블랙메탈/포크'(metal-archives 기준)라는 점이다. 사실 블랙메탈이라지만 포크의 기운보다는 둠-데스나 Bethelehem풍 다크 메탈에 가까워 보이는 구석이 더 많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작품들은 모은 컴필레이션인만큼 DSBM을 많이 참고했다랄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 와서는 꽤 전통적인 부류에 속하는 블랙메탈을 연주하는 밴드지만, 블랙메탈만큼이나 포크를 자주 연주하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컴필레이션도 밴드의 그런 면모대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드 A가 Current 93 풍의 네오포크라면(아무래도 Inkantator Koura의 목소리가 David Tibet 비슷한지라 그럴 것이다) 사이드 B는 Primordial에서 포크 바이브를 좀 덜어내고 더 휘몰아치는 방향으로 풀어낸 듯한 블랙메탈을 들려준다. 비교적 평화로운 정경을 그려내는 앨범 초반은 슬슬 샘헤인 축제에 가까워지면서 주술적인 분위기로 변모하고, 메탈이나 앰비언트가 포크와 함께 등장하면서 그 주술성은 슬슬 광기로 나아간다(특히 ‘Der letzte Atem’). 그런 면에서 꽤 신경써서 만들어진 앨범일 것이다. 녹음된 시기들은 서로 다르지만 곡들의 배치를 통해 나름 컨셉트 앨범처럼 들리게 만들었다고 할까? 덕분에 우리는 ‘The Emerald Sea’나 ‘Daz Wazzerpfærd’ 같은 곡을 실제 템포보다 더 후련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Current 93이 블랙메탈을 연주했다면 나올 법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블랙메탈과 네오포크를 모두 즐기는 부류라면 일청을 권한다.

[Eisenwald Tonschmiede, 2016]

Killer Couture “Everything is Normal”

새크라멘토 인더스트리얼 듀오의 3집. 나야 처음 들어보지만 나름대로 10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이라고 한다. 이런 배경을 보고 나니 트랜실바니안 어쩌고 하는 레이블명이 좀 거슬리지만 애초에 이름만 저렇지 캘리포니아에 있는 레이블이니 이상할 것까지는 없겠다. 그보다는 카탈로그를 보면 인더스트리얼과는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이 레이블에서 인더스트리얼 앨범을 냈다는 게 더 신기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교훈 또한 앨범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앨범을 접하면 왜 이 레이블이 이들의 음악을 낼 수 있었는지는 바로 이해가 된다. 예전에 메탈헤드들이 Atari Teenage Riot 같은 밴드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지점을 이 앨범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riot girl’ 스타일의 여성보컬을 내세웠던 Atari Teenage Riot에 비해서는 80년대 후반의 Ministry나 Skinny Puppy 같은 류에 더 가까워 보인다. 더 나아가 ‘Terrible Puropse’ 같은 곡의 디스토션 리프를 듣자면 좀 더 거칠던 시절의 Pitchshifter를 떠올릴 수도 있어 보인다. 가장 특이한 점은 이렇게 ‘인더스트리얼 메탈’ 스타일을 보여주는 밴드의 음악에서 Nine Inch Nails의 그림자가 생각보다 덜하다는 것인데, 특히나 ‘Bad Waves’의 기묘한 슈게이징은 다른 ‘인더스트리얼 메탈’ 밴드에게서 찾아볼 만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결국 모든 게 평범하다는 제목은 사실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꽤 재미있는 앨범이다.

[Transylvanian Recordings, 2024]

Dusk(PAK) “Jahilia”

파키스탄 출신 프로그레시브 둠-데스 밴드의 2집(말하고 보니 프로그레시브란 얘기는 좀 과하긴 하다). 사실 파키스탄 출신이라 그렇지 이 앨범 자체는 국내 중고시장에서도 은근히 자주 보였고, Forgotten Silence 덕에 Epidemie라는 레이블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곳이었다. 말하자면 아니 무슨 수로/어째서 파키스탄 밴드 앨범을 구했는가? 라고 하기에는 꽤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 말하고보니 왜 파키스탄 밴드 앨범을 구했는지 변명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라 이게 뭔가 싶다. 넘어가자.

음악은 꽤 독특한 스타일이다. 좋게 얘기하면 Opeth 류의 음악에서 리프를 좀 더 간단하게 바꾸고 둔중함을 강조하면서 다양(하다기보다는 잡다)한 요소들을 가미했다 할 수 있겠는데, 꽤 스케일 큰 연주를 들려주는 키보드와 평범한 리프에 비해서 확실히 빛나는 솔로잉이 더해지면서 나름의 개성을 보여준다. 특히 후자는… 이렇게 솔로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왜 리프는 재미없게 만들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빛나는 구석이 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옛날 호러영화 샘플이나 일렉트로닉스가 왜 굳이 등장해서 싼티를 더해주는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일렉트로닉스만 제외하면 “THOTS”에서 Forgotten Silence가 써먹은 방식과 비슷해 보이는 구석이 있고, 90년대 후반의 Sadist를 좋아했던 이라면 사실 꽤 친숙하게 여길 수도 있을 법한 스타일이다. ‘Nightbulb Angel’의 후반부에서 “Tribe”를 떠올릴 이가 아마도 나만은 아닐 것이다.

믹싱만이라도 좀 신경쓰고 드럼만 머신 말고 세션을 썼다면 지금의 중고매장 종신회원같은 입지보다는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저 감각적인 솔로잉들만으로도 중고음반값은 하고도 남을 것이다.

[Epidemie, 2003]

Karfagen “Land of Chameleons”

Karfagen의 2024년작. 정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밥 먹고 음악만 만드나 싶을 정도로 다작을 하는 Antony Kalugin의 밴드인지라 이게 몇 집인지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대충 20집은 되지 않나 싶은데… 찾아보니 Karfagen의 이름으로 2023-2024년에 낸 앨범만 6장인데다 자기 솔로작이나 Sunchild로 내놓은 앨범도 있는지라 이 정도면 적어도 2년간은 스튜디오에서 의식주를 몽땅 해결하는 수준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크라이나 밴드인 만큼 정말 전쟁 발발 이후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음악만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앨범들은 적어도 웰메이드 얘기를 해주기엔 부족함이 없을 준수한 심포닉 네오프로그를 담고 있고, 이 2024년작도 그리 다르지 않다. 굳이 클래식들에 비교를 한다면 Camel풍 멜로디에 가끔은 Roger Waters 모창같은 보컬(특히 ‘My Shadow’)을 곁들인 심포닉 프로그인데, 카멜레온의 땅이 뭐하는 곳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살려낸 심포닉 프로그는 최근에는 드물었던 것 같다. 가끔은 Steve Hackett의 그림자를 엿보이는 Max Velychko의 기타도 꽤 수려하다.

다만 이전에는 앨범마다 조금씩은 재즈의 색채를 넣으면서 변화를 가져가는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참고한 재즈가 혹시 Kenny G였나 싶을 정도로 앨범 통째로 말랑말랑하고 목가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거 너무 달달하기만 하다고 힘들어할 이들의 얼굴도 듣다 보면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Dios Pyros(part 2)’에서는 나도 조금은 힘들었던 것 같은데, 앨범 전반적인 분위기가 좀 덜 느슨했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전쟁 중인 현실 때문에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가 나왔으려나? 잘 모르겠다.

[Caerllysi Music, 2024]

Lux Occulta “My Guardian Anger”

Lux Occulta의 3집. 사실 1999년 즈음의 이 밴드의 인기 포인트(뭐 인기가 많았다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는 동시대의 다른 유사한 밴드들보다 서정에 기운 심포닉블랙을 들려준다는 점에 있었을 것이고, 그게 “Dionysos”까지의 밴드의 경향이었다면 “My Guardian Anger”는 밴드의 방향성 자체를 틀어버린 앨범이었다. Decapitated의 멤버들을 모셔온 덕에 음악은 확실히 데스메탈풍 리프에 기운 스타일로 변모했고, 그런 면에서는 Lux Occulta가 기존에 보여준 나름의 개성은 걷혀버린 음악이 되었다. 여전히 심포닉한 음악이고, 훌륭해진 음질이 공격적인 심포닉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기는 했지만 건반의 역할은 이제 나름의 서정을 구현하기보다는 기타가 주도하는 변화무쌍한 전개를 뒷받침하는 모습에 가깝다. 덕분인지 이 변화를 별로 내키지 않아했던 이들도 많아 보였고, 이후의 앨범들은 또 이 앨범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 밴드 스스로도 실패한 시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즐겨 듣는 이라면 기존의 모습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서정을 좀 제쳐두고 밴드가 보여준 음악은 동시대의 여느 심포닉 밴드들에 비해서 더욱 격렬하면서도 계속해서 변화를 가져가는 모습이었고, 훗날의 ‘chaotic’하다고 불리는 스타일을 조금은 예기하는 음악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chaotic’한 블랙메탈 밴드들에 비해서는 훨씬 멜로디가 강하므로 더 듣기 쉬운 것은 아마 이쪽일 것이다. 테크니컬데스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느새 테크닉으로도 경지에 오른(솔직히 데뷔작때만 해도 좀 문제가 있었다)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런 면에서는 밴드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가장 무난한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Solefald가 “Neonism”을 내면서 간과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Mane-Tekel-Fares’는 (계산해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1999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는 별로 찾아듣는 이 없어 보이지만 모르시는 분이라면 일청을 권한다.

[Pagan,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