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Michael Front “Schuld & Sühne”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힘을 잃었음이 꽤 명확해진 이후 이런 류의 음악을 뭐라고 부를지는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네오포크라고 명명하는 순간 어쩌면 정치적 불온의 혐의를 뒤집어쓸 수 있음을 고려해서인지 레이블은 이들을 ‘고쓰 아포칼립틱’, ‘샹송 느와르’ 식으로 광고했고(하지만 이들은 샹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함부르크 듀오가 연주하는 독일풍 강한 음악은 네오포크 특유의 유럽풍과 연결되기보다는 King Dude가 태생을 따라 컨트리를 스스로의 음악에 섞어내는 맥락과 유사하게 설명되곤 했다. 물론 King Dude마저도 네오포크와 무관할 수 없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임을 생각하면 그런 설명은 사실 말장난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은 나름 달콤 씁쓸한 류의 네오포크이다. 기타 자체는 꽤 밝은 톤을 보여주지만 사실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들은 전형적일지언정 기타와는 확실히 대비되는 어두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밀리터리 팝에 어울리는 비트나 건반, 나름대로 희망찬 톤의 기타가 어떻게 Moon Far Away식의 그늘진 네오포크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1000 Namen’ 등의 모습에서 이들 나름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극적 구성을 보여준 사례라면 아무래도 ROME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들이 ROME보다는 좀 더 강한 리듬감을 강조하는 편이다. 하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꾼에 가까웠던 Jerome Reuter에 비한다면 이 듀오의 멤버들은 확실히 어딘가 잔뜩 뒤틀려 보이는 구석이 있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다양한 모습들을 열심히 담아내고 있는 만큼 이걸 개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좀 망설여지지만 좋은 앨범이다.

[Auerbach Recordings, 2022]

Wolfclub “Just Drive(Part 2)”

이 앨범도 2021년에 나왔으니 굳이 왜 3개월 차이를 두고 2번에 나누어 연작으로 냈을까 싶긴 하지만 원래 앨범 포맷으로 활동하는 게 꼭 일반적이지 않은 신스웨이브이다 보니 그냥 일관된 컨셉트로 곡들을 만들다 보니 2장 분량이 됐겠거니 싶은 Wolfclub의 “Just Drive” 두번째 파트. 그러니 당연하겠지만 앨범의 방향은 “Just Drive(Part 1)”과 그리 다르지 않다. ‘Flashbacks’의 기타는 전작에서 들었던 그 청량한 톤으로, 오히려 이번엔 좀 더 정교하고 테크니컬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전개에 명확한 멜로디라인을 한 겹씩 두텁게 더해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짧은 시간 동안에 멜로디를 퍼붓는 점에서는 드라마 주제가로 쓰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Just Drive” 연작 이전의 스타일에 더욱 다가간 곡들도 있다. ‘California Days’ 같은 업템포의 신스팝이나, 때로는 힙합에 가까울 정도의 댄스 플로어 뮤직을 보여주는 ‘Resist’는 멜로디 넘치지만 확실히 AOR과는 약간 거리가 있고, 이 두 가지 스타일을 적당히 조합하고 있는 ‘Crossroads’도 있다. 특히나 ‘Crossroads’는 (조금 싼티나긴 하는 비트만 넘어간다면) 이 두 장의 연작 가운데 가장 ‘아련한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Dora Pereli의 보컬만큼은 전작보다는 이 두 번째 파트에서 좀 더 절창에 가까울 것이다.

뭐 그래도 결국 멜로디를 퍼붓는 AOR 스타일의 신스웨이브라는 점에서는 결국 두 파트를 달리 볼 바 아니다. 2021년을 빛낸 멜로딕 록 아닌 멜로딕 록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록 앨범이라고 하기 애매하달 수 있지만 결국 청자가 원하는 바만큼은 확실히 보여준다.

[NewRetroWave, 2021]

Mastermind “Excelsior!”

그러고 보면 Mastermind 앨범 얘기를 하면서 마냥 좋게 얘기한 적도 딱히 없는데 앨범은 다 갖고 있으니 내가 이 밴드에 꽤 애착이 있었구나… 싶지만 또 막상 들어보면 내가 왜 굳이 다 갖고 있을까 의문이 드는 싶은 밴드가 Mastermind라고 생각한다. 멤버들의 잘 다듬어진 테크닉과 꽤 복잡한 구조 위에 실리는 나쁘잖은 멜로디가 있지만 밴드를 이끄는 Bill Berends가 끝내 버리지 못하는 맥아리 없는 보컬은 지금껏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시각에서 “Excelsior!”는 밴드의 최고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일단 밴드의 앨범들 중 유일하게 Bill Berends가 노래를 하지 않는 앨범이고(하긴 인스트루멘탈이니), 대체 어떻게 영입했는지는 모르겠으나 Jens Johansson의 영입은 밴드의 ELP 그림자 짙은 심포닉 프로그에 더 나아가 재즈퓨전과 본격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색채를 입혔다고 생각한다. ‘On the Road By Noon’의 Bill Berends와 Jens Johansson의 인터플레이는 과장 좀 섞으면 Mahavishnu Orchestra의 한창 시절 모습을 닮아 있고, ‘The Red Hour’ 정도를 제외하면 Bill Berends의 연주는 Keith Emerson보다는 Jan Hammer의 모습에 가깝다. 이미 통상의 심포닉 프로그와는 좀 선을 그은 셈이다.

그렇지만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 건 또 이 앨범이 유일하니 다른 앨범들이 좋았다면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하지만 이들의 앨범들을 굳이 찾아들을 정도의 청자들이라면 이 정도 재즈퓨전이 안 꽂히면 어쩌지 하는 건 괜한 걱정에 가깝긴 하겠다. 그 즈음 나온 재즈퓨전 중에서는 단연 손꼽힐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이하게 Inside Out 오리지널보다 조금 늦게 나온 일본반에 Bill Berends가 그린 오리지널 커버가 쓰였고, 일본반 보너스트랙인 ‘Excelsior!’가 꽤 직선적이고 괜찮은 헤비 프로그를 보여주므로 웬만하면 그편을 권한다.

[Inside Out, 1998]

Der Blutharsch “When Did Wonderland End?”

Albin Julius가 죽었다. Der Blutharsch가 가장 뛰어난 네오포크 밴드라고 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지겠지만 그래도 장르를 선도했던 가장 뛰어난 부류들의 하나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이름들 가운데에서는 그래도 가장 ‘록 밴드’의 편성에 가까우면서 빡센(가장 ‘martial’했다는 뜻이다) 음악을 들려준 사례로 칭한다면 그래도 수긍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Albin의 사망은 아마도 이 장르가 생명력을 많이 잃었다는 혹자들의 최근 평가들에 엄청난 신빙성을 제공할 것이다. 각설하고.

물론 이 ‘밴드’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Albin Julius의 원맨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아니면 누군가와의 듀오)에 가까웠을 이 밴드가 진짜로 ‘밴드’의 편성을 제대로 갖춘 것은 이 앨범부터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스타일과 많이 달라졌던 것은 아니고, 여전히 묵직한 일렉트로닉스를 위시한 기존의 스타일에 Bain Wolfkind 특유의 적당히 도발적인 크루너 보컬과 기타 연주가 더해졌다고 하는 게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덕분에 Death in June의 ‘Frost Flowers’의 소절이 등장하는 6번 트랙이다. 아무래도 Ennio Morricone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 장르로서는 보기 드물게 서정이 넘치는 9번도 그렇고, 앨범 마지막의 Adriano Celentano의 ‘La Barca’의 커버에 이르면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게 무슨 앨범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말하자면 잘 하면 마샬 인더스트리얼의 거물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Der Blutharsch를 네오포크의 거물로까지 끌어올린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스타일의 호오를 떠나서 이만큼 곡들 자체의 매력이 뚜렷한 네오포크 앨범은 별로 없기도 하고, 결국은 메탈바보였던 어느 막귀의 소유자에게 새로운 장르의 맛을 보여준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문 셈이다.

[WKN, 2005]

Fire + Ice “Birdking”

원래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그렇기도 했지만 이 용어를 만들어낸 장르의 선구자들이 내놓았던 클래식들 중에서도 사실 전형적인 ‘포크’라고 할 만한 앨범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데, 그런 면을 생각하면 네오포크라는 명명이 포크의 전형성보다는 그런 포크의 컨벤션을 어떻게 뒤틀었는지 방식에 중점을 둔 분류에서 비롯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크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좀 더 포크의 원형에 가까운 밴드들이 이 장르에서는 좀 더 이색적인 부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포크의 원형에 다가간 밴드들을 인더스트리얼이나 노이즈 등을 섞어내 괴팍한 결과물을 내놓는 밴드들과 동일 분류로 묶어줄 만한 키워드는 가사가 다루는 테마를 접어두고 사운드만으로 생각하면 사이키델릭 정도 말고는 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네오포크 중 사이키 포크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했던 부류의 대표사례라면 아무래도 Fire + Ice가 첫손가락은 아니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혀줘야 믿을 만한 플레이리스트가 되잖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장르 최고의 기타리스트일 Richard Leviathan(그런데 왜 내 CD에는 Richard ‘Leviathon’으로 쓰여 있는지)의 유려한 연주가 깔리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따뜻한 톤의 목소리지만 가끔은 Morrisey마냥 위악 넘치는 면모도 선보이는 Ian Read의 보컬, 기타에 베이스는 물론 멜로디카에 오르간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빈자리를 메꾸는 Michael Cashmore의 연주를 생각하면, 이 앨범 당시의 Fire + Ice는 (연주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네오포크 장르에서 가장 단단한 편성을 가졌던 밴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밴드가 전통적인 포크 또는 70년대 사이키 포크의 재현에만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아마도 Stephen King의 그 빌런을 다루었을 ‘Flagg’이나 ‘The Werewolves of London Town’은 어쨌든 이들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밴드는 이후 “Fractured Man”에서 그런 ‘현대적’ 면모를 좀 더 강조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처럼 Fire + Ice에 그런 현대적인 음악을 굳이 원하지 않는 이라면 “Birdking”이 밴드가 내놓은 마지막 노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성향을 떠나서 앨범으로는 정치적 설화에 휩싸이지 않았던 Ian Read인 만큼 이 장르의 정치적 ‘불온’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에게도 좀 더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Fremdheit,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