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tral “Serpents in the Dawn”

어느덧 러시아 네오포크의 잊혀진 이름을 넘어서 과연 이 밴드가 네오포크가 맞기는 하냐는 비아냥까지 듣는 Neutral이지만 그래도 2008년의 이 앨범까지는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네오포크 밴드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네오포크와 다크 포크 사이의 느슨한 경계선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건 Eis & Licht에 소속되었던 모든 밴드들이 마찬가지이기도 했고. 그래도 초창기에는 인더스트리얼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Neutral이 아예 처음부터 예쁘장한 싱어송라이터 포크에 비슷해 보였던 Lux Interna 같은 밴드들에 비해서는 음악 변했다는 소리를 듣기는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martial’의 기운을 쫙 뺀 네오포크를 처음 연주했던 건 Current 93이었고(“Thunder Perfect Mind”), 이미 Romowe Rikoito라는 이런 스트링 잘 쓰는 멜랑콜릭 네오포크의 모범을 러시아에서 만나본만큼 이런 스타일이 그리 당황스러울 것까지는 없겠다. ‘Beauty Destroyed’에서는 Nature and Organization의 스타일도 엿보이는데, 그래도 노래라기보다는 에로틱한 효과음에 가까울 Ice Queen의 보컬이 이 앨범에 은근한 퇴폐미를 부여한다. 덕분에 가끔은 Blood Axis까지 떠오르는 ‘Next to the Stars’ 같은 곡이 앨범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분위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노래’에 더 솜씨가 있는 밴드다. ‘Luna’는 길지 않은 네오포크의 역사에서 한 번쯤은 꼭 얘기하고 넘어가야 할 멋진 곡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이 곡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떨어지는 곡도 사실 하나도 없긴 하지만.

[Eis & Licht, 2008]

Eric Clapton “461 Ocean Boulevard”

이름만으로도 일세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다가오는 Eric Clapton이지만 사실 보통 생각하는 만큼 앨범에 본인의 자작곡을 많이 실었던 뮤지션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일단 잘 알려진 훌륭한 연주도 있겠지만 누구의 곡을 연주하더라도 철저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났던 인물이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뭐 Cream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록 관련 책들 조금만 들춰봤다면 익숙할 만한 밴드들을 거쳐가며 쌓아 온 무지막지한 커리어가 주는 후광도 있을 것이다.

그런 ErIc Clapton의 소화력이 가장 돋보였던 한 장을 꼽는다면 그래도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이 앨범도 Eric Clapton이 작곡한(또는 참여한) 곡은 셋밖에 되지 않지만 누가 만들었던 컨트리풍 짙은 포크 팝으로 무지막지하게 소화해내는 모습(그리고 Yvonne Elliman의 코러스)은 이 분의 혈기왕성했던 모습을 보지 못하고 Tears in Heaven 아저씨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만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I Shot the Sheriff’의 레게만큼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하필 저 곡이라니 역시 판장사 할 팔자는 아닌 셈이다. 하긴 Solitvdo 다음에 Eric Clapton이 나오는 블로그 하면서 무슨 판장사란 말이냐.

[RSO, 1974]

Nature And Organization “Snow Leopard Messiah”

이름만 보면 무슨 자연보호단체인가 싶지만 사실은 Michael Cashmore의 솔로 프로젝트였던 Nature And Organization은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정규반은 두 장의 앨범만을 내놓았는데(“Third Terminal Position”을 쳐주기는 좀 아니지 않나), 사실 딱히 구하기 어려운 앨범들은 아니었지만 Durtro에서 나왔던 “Beauty Reaps the Blood of Solitude”는 그래도 40유로를 호가하니 항상 구매의 우선순위에서는 조금씩 밀리던 앨범이었다. 그래서인지 Trisol은 이 프로젝트의 두 장의 앨범에 보너스트랙을 붙여 이 한 장으로 재발매하는 수완을 보여주었고, 이 앨범은 여전히 20유로 이하에 꾸준히 팔리고 있으니 밴드를 입문하기에는 이 앨범만한 것도 없겠거니 할 수 있다. 뭐 이 앨범을 구했다면 라이브나 EP 두 장 정도 말고는 딱히 더 구할 것도 없기도 하고.

일단 리마스터를 통해 음질은 대단히 좋아졌고, 특히 보컬 없이 바이올린과 피아노 위주의 단정한 연주로 승부하는 “Death in a Snow Leopard Winter”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앨범 자체가 미완성 작품이었던만큼 사실 빈 공간이 은근 느껴지던 앨범이었는데, 덕분인지 피아노의 섬세하다 못해 때로는 드뷔시마냥 회화적인 면모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었고, 이 재발매에서도 그런 사운드의 골자를 단정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편이다.

“Beauty Reaps the Blood of Solitude”는 확실히 Current 93의 어쿠스틱한 앨범에서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앨범인데(일단 참여한 멤버들도 그렇기도 하고), 아무래도 David Tibet의 보컬이 특히 빛을 발하는 ‘Bloodstreamruns’ 같은 곡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말하자면 1994년에도 이미 Current 93을 통해 다 접해 보았을 스타일이지만 아주 모범적으로 구현해 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네오포크 특유의 불길한 분위기의 패시지와 공격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그러면서도 때로는 사이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서사이저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만큼 네오포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정리한 장르의 클래식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Trisol, 2015]

Psycho Praxis “Echoes from the Deep”

레이블의 홍보문구에 의하면 Soft Machine, Can, Van Der Graf Generator 등의 영향을 받은 신진 프로그 밴드라는데 이 재즈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음악에서 저 밴드들의 그림자를 어떻게 느꼈는지는 좀 의문이다. (그나마 셋 중에서는 VDGG가 비슷한 구석이 있긴 하구나) 그보다는 Uriah Heep이나 좀 더 심포닉하고 복잡하게 어레인지한 Atomic Rooster 스타일에 가까워 보인다. 플룻 연주가 꽤 자주 나오는지라 Jethro Tull을 얘기하는 이들도 많아 보이지만 그 플룻 연주를 제외하면 Jethro Tull과 비교할 만한 부분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냥 Black Widow에서 흔히 나오는 예스러운 부류의 심포닉 프로그레시브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연주는 꽤 출중하다.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리프에 Uriah Heep 풍의 해먼드와 코러스(특히 ‘Hoodlums’), 트리키한 연주가 돋보이는 ‘PSM’과 ‘Black Crow’ 등을 듣자면 밴드의 역량 자체는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고, 특히 ‘PSM’은 이 테크니컬한 연주에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얹어내는 역설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Uriah Heep의 핵심은 단연 David Byron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 확실히 김 빠진 듯 들리는 보컬은(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긴 한데) 제노아 출신다운 싼티나는 가사와 기묘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Black Widow 소속 밴드들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Death SS를 지나치게 많이 들은 듯한 보컬들을 계속 데려오는 건지 궁금해진다. 왜 프로그 앨범을 들었는데 Death SS 생각이 날까?

[Black Widow, 2012]

Presence “Evil Rose”

Black Widow에서 앨범 나온 밴드 다운 적당히 스푸키한 맛에 클래시컬한 오르간을 곁들인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기보단 사실 좀 더 파워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레시브 하드록)로 시작한 Presence는 “The Black Opera”부터는 메탈이라기엔 좀 망설여지는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드러머가 빠지고 키보디스트가 드럼까지 담당하는 보기드문 모습을 보여준 “Gold”는 덕분인지 확실히 날이 무뎌진 듯한 앨범이었다. 사실 드럼은 핑계고 송라이팅의 문제였을 것이다. Shadow Gallery처럼 드럼머신 갖고도 곡 잘 쓰는 밴드도 있었으니.

“Evil Rose”는 다시 드러머를 구해서 내놓은 앨범인데, “Gold”에서 8년이 지났지만 음악은 오히려 “Makumba”에 더 가까워졌다. “The Black Opera”처럼 내놓고 클래식을 따라가는 모습은 확실히 덜해졌고, 드러머 덕분인지 전작보다 리듬은 확실히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그렇지만 복잡해진 리듬에 비해서 곡들의 굴곡은 그리 크지 않다. 사실 분위기만 보면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단조로운 축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변화를 주는 발라드 ‘No Reason Why’는 Black Widow에서 간혹 나오는 유치한 스타일의 곡인지라 긍정적인 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Evil Rose’만큼은 밴드의 가장 훌륭한 곡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사실 이 곡만으로도 이 앨범은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밴드의 팬이 아니라면 돈 주고 사서 듣기엔 본전 생각이 좀 날 법한 그런 앨범.

[Black Widow,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