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스웨이브가 팝의 일부로 흡수된지는 벌써 꽤나 오래 됐고 아마도 The Weeknd가 한물 가기 전까지는 신스웨이브 내지는 그 경계선에 있는 음악을 차트에서 발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신스웨이브라는 장르가 결국 1980년대에 대한 향수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면 신스웨이브의 메인스트림화된 부류들보다는 이런 드림웨이브 류의 뮤지션들이 장르의 전형에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애초에 정형적인 스타일이 있는 장르라기보다는 다른 다양한 장르들과의 접점을 가져가는 느슨한 개념에 가까울 테니 사실은 저런 설명도 그리 정확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yst3m Glitch가 신스웨이브의 전형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솔직히 그 전형이란 게 뭔지 설명해 보라면 우물우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감히 신스웨이브를 다른 팝과 구별한다는 전제에서 얘기해 본다면 Syst3m Glitch의 음악은 신스웨이브 중에서도 가장 팝과의 경계선에 다가가 있는 종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신스팝이나 AOR의 기운을 강하게 머금은 음악의 승부수는 결국 멜로디와 특유의 희망적인(내지는 ’80년대식의’ 도회적인) 분위기일 것인데, 그렇다면 최근에 나온 신스웨이브 앨범들 가운데 이만큼 확실한 앨범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가하면 ‘Tommy Danger’의 적당한 그림자는 앨범을 듣다가 너무 달달하다 싶을 때쯤 잠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그러다가 재녹음으로 선보이는 Syst3m Glitch 최고의 히트곡 ‘Raining in Tokyo’에 이르면 80년대 청춘영화에서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던 커플이 모종의 사건으로 헤어지고 빗줄기를 맞으며 아파하는 장면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장 맞는데 그만큼 맘에 들어서 하는 얘기다.
[NewRetroWave,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