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na “Journey Into the Morn”

프로그 포크 내지는 네오프로그로 보통 분류되곤 하는 밴드이지만 그런 레떼르를 염두에 두고 이 음악을 듣는다면 아무래도 볼멘소리(역시 네오는 이래서 안된다는 류의)를 뱉을 사람도 있어 보인다. 밴드 본인들도 사실 프로그보다는 ‘켈틱 포크’라는 부분에 방점을 두는 것처럼 보이듯이, 본격적인 프로그라기보다는 Clannad 류의 스타일에 Mike Oldfield풍 신서사이저와 그래도 포크라고 하기에 민망하지 않게 이런저런 다양한 전통 악기들을 더한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도 일단 Joanne Hogg의 보컬이 수려한데다 멜로디도 귀에 박히게 잘 뽑아내는 편이니 웬만한 청자들에게 들을만하다는 평을 얻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래도 밴드의 앨범들 중 이 앨범이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Robert Fripp이 게스트로 참여해 특유의 기타와 프리퍼트로닉스 연주를 담아냈다는 점일 텐데, 사실 Fripp이 참여한 곡들보다는 David Gilmour스러운 기타가 돋보이는 ‘Encircling’이나, 켈틱으로 모자라 본격 찬양 CCM을 들려주는 ‘Wisdom’이나 ‘Everything Changes’가 밴드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일 것이다. 멜로트론을 위시한 다양한 악기들을 발견하고 프로그라고 얘기하고 싶은 이들이 많겠지만 결국 그런 편성이 만들어내는 것은 프로그레시브보다는 오히려 뉴에이지식 분위기에 가깝다. 그러니까 좀 에너제틱한 스타일을 원한 이들이라면 별로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후의 Brave 같은 밴드들을 좋게 들은 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 스타일의 원류를 이쪽에서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이런저런 얘기들을 떠나서 그냥 이지리스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것까지 돈주고 샀냐는 식의 공격만 피해 간다면 온 가족이 같이 듣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Alliance Music, 1995]

Michael Monroe “Not Fakin’ It”

소위 헤어메탈이라 불리는 밴드나 뮤지션들 가운데 Motley Crue 정도를 제외하면 내놓은 어느 것 하나 기복 없이 나쁜 게 없었던 경우는 역시 Michael Monroe와 Hanoi Rocks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의 공작 가운데는 Jerusalem Slim이라는 지뢰…가 있긴 하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Hanoi Rocks의 좋았던 시절에 비해서 그렇다는 뜻이고, 본인이야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하겠다만 Jerusalem Slim의 아쉬움 상당 부분은 테크닉이야 더할나위 없지만 잘 어울리냐 하면 좀 애매했던 Steve Stevens의 기타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그 Michael Monroe와 Hanoi Rocks의 앨범들 중 개인적으로 한 장을 꼽으라면 단연 이 앨범이다. 일단 Michael Monroe에게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 준 앨범이기도 하고(여기에서 나의 대중적인 취향을 엿볼 수 있으렷다), 원래 Michael Monroe가 그랬듯이 메탈이라기보다는 ‘클래식한’ 부류의 하드록에 좀 더 가까울 음악이지만 앨범이 보여주는 에너지만큼은 웬만한 헤어메탈 밴드들이 따라올 수 없다. 훗날 Guns N’ Roses가 커버하는 ‘Dead, Jail or Rock ‘N’ Roll’, 이제는 장르의 클래식이 된 ‘While You Were Looking at Me’, Hanoi Rocks식 파워 발라드의 모범사례를 보여주는 ‘Man with No Eyes’ 같은 곡들은 장르의 팬이라면 거부할 요량이 없다. Michael Monroe가 지저분해 보여서 싫다고 하는 이들을 제외한다면야 말이다.

[Polygram, 1989]

Holy Moses “Finished with the Dogs”

Morbid Music 얘기 나온 김에 추가로 얘기하면 이 레이블은 Holy Moses의 Sabina와 Andy 부부가 만든 레이블이었는데, 정작 자기들 앨범은 한 장도 안 냈던 걸 봐서는 좋게 봐 주면 후배들 앨범 내 주려고 만든 레이블? 정도라 짐작된다. 하지만 1991년부터 시작된 레이블이 1993년에 망한 걸 보면 음악은 둘째치고 이 부부가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별 소질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90년대 초중반 독일 언더그라운드의 어느 한 구석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열심히 디스토션을 조지던 젊은이들의 피땀이 배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 부부가 Holy Moses의 핵심이라는 데야 별 이견이 없겠지만 정작 둘 다 밴드의 결성 멤버는 아니고, 사실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1집만 내고 다 빠져나갔었다는 점인데, 그런 면에서 2집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아니 별로 모르나) Holy Moses의 실질적인 시작은 이 “Finished with the Dogs”부터라고 할 수 있을지도. Sabina의 말도 안 되는 보컬은 데뷔작부터 빛나기는 했지만 먹먹한 음질과 동시대의 더 잘 알려진 밴드들에 비해서는 뭔가 심심했던 리프도 이 2집에 와서는 확실히 날카로와졌다. Uli Kusch(훗날 Helloween에 합류하는 그 분)가 맡은 드럼도 앨범에 속도감을 더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Current of Death’나 ‘Military Service’는 Kreator나 Destruction의 이 시절 걸작에 비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밴드는 이후 이 앨범만한 성취를 보여준 적은 별로 없었고, 직접 굴리던 레이블은 원인이야 어쨌건 얼마 버티지 못했으며, 밴드를 직접 본 유일한 경험이었던 2001년의 부산에서 노래 중간중간 건강박수 치면서 (남녀노소 모두 이건 대체 뭔가 싶게 뒤섞여 있던) 광안리의 청중들을 독려하던 Sabina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좀 안타깝기도 했다.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하긴 이런 음악 해서 얘네만큼 올라오는 것도 대단한 거겠구나.

[Aaarrg, 1987]

Jumpin’ Jesus “The Art of Crucifying”

이 괴이한 이름의 독일 데스메탈 밴드는 이 한 장의 앨범만을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고 1993년에 황급히 파산해 버린 레이블 덕에 앨범은 한동안 보기 어려운 물건이 되었었다. 지금이야 VIC에서 재발매한 덕에 구하기 어렵지 않지만 이런 밴드명과 커버를 가진 앨범을 가볍지 않은 가격으로 구하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 덕분인지 내가 이 앨범을 어찌 구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호기롭게 지른 모양인데, 언제였는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알바비를 받은 날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앨범을 거하게 지르고 구했을 리 없어 보인다.

아마도 그렇게 구했을 이 앨범은 그런 알바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음악을 담고 있다. 말하고 보니 5만원 넘게 주고 샀다면 그래도 좀 아까웠을 것 같긴 한데…(얼마 줬는지 기억은 안 남) 기본적으로 플로리다 스타일의 데스메탈이지만 때로는 Morbid Angel마냥 테크니컬하기도 하고, 때로는 Death마냥 변화무쌍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Obituary마냥 둔중한 분위기도 보여준다. 말하자면 플로리다 데스메탈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열심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인데, 출신이 출신인지라 Kreator스러운 리프도 여기저기 드러난다. 특히나 ‘Chaingang’ 같은 Kreator식 테크니컬 데스에 가까워 보이는 곡에서 밴드의 기량은 절정에 이르는데, 적어도 동시대 독일에서 이만큼 테크니컬한 데스메탈 밴드는 나로서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말하자면 저먼 스래쉬 리프를 받아들인 류의 플로리다 데스메탈을 좀 더 테크니컬하게 구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장을 내고 사라질 실력이 아무래도 아니었으니 그것도 결국은 팔자려니 싶지만 재발매도 됐으니 그 시절 수많은 한 장 내고 사라진 밴드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상황이 좀 나을지도. 하긴 그만큼 멋진 앨범이므로 가능한 얘기였을 것이다.

[Morbid Music, 1991]

Dream Theater “When Dream and Day Unite”

James Labrie 이전 Dream Theater의 보컬리스트라고만 소개하기에는 뭔가 좀 아쉽고 그렇다고 뭘 덧붙이기엔 짤막했던 솔로 활동 말고는 정말로 뭐가 없어서 더욱 아쉬운 Charlie Dominici가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Dream Theater의 보컬이었지만 참여한 앨범은 이 한 장 뿐이었고 아직 밴드가 빛을 보기 전이었으니 그리 주목받을 일은 딱히 없었고, 좋게 얘기하면 Geddy Lee 스타일이었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맥아리 없기 그지없는… 스타일의 보컬이었으므로 앨범의 만듦새를 떠나서 보컬은 분명 아쉽다는 게 중론인 듯하다. 하지만 Dream Theater 라이센스반 해설지에 거의 항상 나왔듯이 Rush와 Iron Maiden(내지는 Metallica)의 짬뽕이 밴드의 지향점이었다면 사실 그런 지향점에 더 잘 맞는 보컬은 Charlie Dominici일지도. 물론 “Images and Words”부터 프로그냐 메탈이냐 사이에서 조금은 갈짓자로 배회하던 밴드가 드디어 자리를 잡고 장르의 초석을 닦았다….고 얘기하는 게 보통인만큼 James Labrie의 자리를 넘보는 건 언감생심이지만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더라…고만 기억하는 건 확실히 아쉽다.

그리고 꼭 Charlie Dominici의 기량 때문만은 아니지만 앨범은 충분히 준수하다. 애초에 연주의 비중이 높은 밴드이기도 하고, ‘Status Seeker’같은 80년대 Rush의 그림자가 짙은 곡은 밴드의 이후의 앨범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Kevin Moore의 비중이 높다는 뜻인데, 특유의 차가운 색채의 연주가 리버브 잔뜩 먹은 녹음과 어우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 앨범만의 특징일 것이다. 특히 James Labrie가 라이브에서 괴이한 추임새를 넣는 경향이 있는 ‘A Fortune in Lies’는 이 앨범의 버전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Dream Theater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과소평가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Mechanic,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