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se “The Divine Light of a New Sun”

이 호주 밴드를 데스메탈과 블랙메탈 중 어느 한쪽으로 얘기하긴 꽤 난감하다. 그렇다고 blackened-death 정도로 얘기하기엔 저 용어에서 떠올릴 법한 일반적인 스타일과 꽤 판이한 편이다. 이런 류의 음악이 통상 공격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 밴드는 그보다는 방향성이 좀 다르다. 테크니컬 데스로 시작한 밴드가 Ved Buens Ende류의 블랙메탈에 관심을 가지면서 방향성을 튼다면 나올 법한 음악이라고 할까? 그런가하면 꽤 분위기에 의존하는 전개도 심심찮게 보여주는지라 잘라 얘기하기 어렵다.

그래도 전작인 “Pest”가 좀 더 정통적인 구석이 있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Altar of Plagues 같은 밴드들을 열심히 들었는지 좀 더 뒤틀린 전개(과 때로는 Xibalba풍 하드코어 생각도 나는 사운드)를 찾아볼 수 있다. 덕분에 앨범의 구성도 좀 더 다양한 편인데, 괴팍한 재즈풍의 연주를 보여주는 ‘The Divine Light of a New Sun’과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Synapses Spun as Silk’ 같은 곡이 한 앨범에 들어 있기는 그리 쉬운 건 아닐 것이다. 그런지라 일반적인 데스메탈 팬이라면 때때로 등장하는 먹먹한 질감의 연주에 거부감을 드러낼지도 모르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앨범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난 꽤 재미있게 들었다. 다음 앨범인 “Ascetic”은 이것과는 또 양상이 다르다고 하던데 구해 봐야겠다.

[Transcending Obscurity, 2017]

Folkdove “Folkdove”

꽤 유명한 포크 클래식…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프렌치 포크의 명작인데 내가 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일단 오리지널은 말할 것도 없이 비싸고(일단 잘 보이지도 않음) Amber Soundroom의 재발매 LP도 상태 좀 괜찮다 싶으면 60유로를 뛰어넘는 얼척없는 가격을 보여주는지라 구하기가 좀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미디어아르떼 재발매 CD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뭐 요새는 미디어아르떼 CD도 거의 안 보이더라.

음악은 아무래도 Incredible String Band 같은 이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미디벌 포크인데, 바이올린, 기타, 덜시머, 스피넷 등이 어우러진 연주에 남녀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류이지만 애시드하다 못해 때로는 ‘불온한'(달리 말하면 pagan한) 기운도 엿보이는 Incredible String Band나 Spirogyra 같은 부류에 비하면 이들은 확실히 ‘안온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해질무렵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흔들의자에 앉은 할아버지는 담배를 뻐끔거리고 할머니는 저녁으로 먹을 빵과 스프를 준비하며 옆에 손자 또는 손녀는 혼자 놀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법한 정경에 어울리는 포크라고 할까?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길게 쓰는가) 말하자면 중세풍의 포크지만 그 시절의 ‘weird folk’ 류의 밴드와는 궤를 달리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고로 자칫하면 무척 심심해질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따뜻한 서정을 제대로 보여주는지라 난 포크 같은 건 무조건 안 들어요 하는 이가 아니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이제는 이런 류의 서정은 접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Dark Eyed Sailor’는 지금도 꽤 자주 찾아 듣는다.

[Disques Iris, 1975]

Ohtar “Euthanasia of Existence”

Ohtar를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가장 타자를 못 치는 블랙메탈 밴드는? Ohtar’ 같은 천인공로할 개그를 던지던 양반인지라 이 밴드에 대한 인상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사실 한국말로 옮기면 오타가 아니라 이실두르의 종자였던 오흐타르가 맞겠으나 생각해 보면 이실두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판에 그 종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리븐델에 나르실의 파편을 가져다 준 공로가 있다지만 영화에도 안 나오더라.

그래도 한창 쏟아져 나오던 폴란드 NSBM 밴드들 가운데에서는 좀 덜 노골적인 사례에 속할 것이다. 멤버 전원이 Dark Fury나 Thor’s Hammer 출신이니 NSBM의 혐의를 벗을 순 없겠지만 커리어 내내 기복 없이 증오를 쏟아대던 저 밴드들에 비해 Ohtar는 초기의 빼도박도 못할 NSBM의 기운을 언제부턴가(아마도 “Petrified Breath of Hope”부터가 아닐까 싶다) 감추고 있고, 덕분에 NSBM의 거래 자체를 막는 사이트들에서도 Ohtar의 앨범들은 웬만하면 풀어주고 있는만큼 그래도 사정이 좀 낫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럼 이 밴드의 음악을 뭐라고 해야 하나? Selbstmord나 Dark Fury 같은 동향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느슨한 템포의 블랙메탈이고 앨범이 다루는 이야기도 확실히 DSBM에 가깝지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지금에 와서 통상 ‘depressive’라고 부르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차가우면서도 최면적인 분위기에 중점을 둔 블랙메탈이라 하는 게 더 나을 것이고, 어찌 생각하면 징징거리는 모습을 걷어낸 황량한 분위기에 집중한 류의 DSBM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The End Is Not Coming, Not Yet…’ 같은 곡의 세상 다 끝났다는 분위기는 분명히 인상적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다음 앨범인 “Emptiness”에서 더 노골적이겠지만 이 앨범이 좀 덜 징징대는 편이므로 밴드의 예전 모습이 좋았던 이라면 이쪽이 더 나을 것이다.

[Deathrune, 2016]

Kristine “Kristine”

Kristine은 신스웨이브를 찾아 듣는 이라면 한번쯤은 스쳐갔을 법한 이름인데 정작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앨범은 (피지컬 기준으로는)이 한 장밖에 없다. FM Attack!이나 Mitch Murder, Miami Nights 1984 같은 장르의 거물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던 걸 생각하면 인생이 생각만큼 풀리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어쨌든 빛나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맞거니와 애초에 Kristine이 보여준 드림웨이브 스타일이 신스팝보다는 AOR(때로는 하드록)에 기울어져 있던 것도 맞으니 본인은 지금의 모습이 바라던 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한창 때는 Crazy Lixx의 앨범에 백킹보컬로 참여하기도 했던 분이니 내 진정한 꿈은 사실 락스타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 유일작…은 정규작이기는 하지만 Kristine이 이전까지 디지털로 발표해 온 히트 싱글들에 미발표곡을 더해서 만든지라 사실 컴필레이션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도 커리어 내내 실험적인 시도 같은 건 거의 해보지 않은 – 뮤지션 본인은 웃기지 말라고 하겠지만 – 분이므로 앨범의 색채는 일관된 편이다. ‘Modern Love’나 ‘The Deepest Blue’ 같은 기존의 히트곡도 있지만 거의 Gloria Estefan 수준으로 팝적인 ‘The Rhythm of Love’도 있고, Pat Benatar의 한창 시절을 떠올릴 법한 파워를 보여주는 ‘Burning Fever’ 같은 곡도 있다. 신스웨이브 앨범 치고는 꽤나 후끈한 리프와 트리키한 솔로잉을 볼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러니 이 과작의 그리스 뮤지션을 잊지 않고 계속 초특급 세션마냥 불러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일단 드림웨이브 류의 앨범 치고 이만한 수려한 멜로디를 보여주는 앨범도 별로 없는 만큼 일청을 권한다. 이 장르에서 이 앨범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앨범이라면 아마 FM-84의 “Atlas”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멋진 앨범이다.

[Tuffem Up!, 2015]

Virus(UK) “Pray for War”

노르웨이 Virus 얘기 나온 김에 이 밴드도 간만에. Virus가 흔히 밴드명에 쓰이는 단어는 아닌 것 같긴 한데… metal-archives에 의하면 의외로 Virus라는 이름의 무명 메탈 밴드들이 많아서 살짝 놀랐다. 어쨌든 많은 Virus들 중에 그래도 나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례라면 저 노르웨이 Virus와 이 영국 스래쉬 밴드가 유이하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각설하고.

음악은 그 노르웨이 Virus와는 거의 대척점마냥 느껴지는 직선적이고 거친 스래쉬메탈을 담고 있다. 애초에 이 레이블 자체가 대개 이렇게 무작정 달리는 B급 스래쉬를 주로 내놓는 곳이긴 한데(예외도 물론 있다. 이를테면 Prophets of Doom이나 Necrosanct 같은) “Power from Hell” 시절의 Onslaught에 감흥이 깊었는지 1987년에 이 정도로 펑크풍 짙은 스래쉬를 내놓는 사례는 많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곡명들도 그렇고 매드맥스마냥 아마도 핵전쟁 이후 대충 망해버린 세상의 피카레스크를 그려내려는 것이 밴드의 의도였나 싶은데, 소위 ‘primitive thrash’라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라면 만족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냥 조악한 B급 스래쉬처럼 넘어가버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TNT(Thermo Nuclear Thrash)’의 코러스에서 스래쉬보다는 Oi! 펑크의 그것이 더 생각난다는 점이 모두에게 미덕은 아닐 것이다.

보니까 Voivod의 “War and Pain”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다라는 말도 많이 보이던데… 뭐 Voivod의 거친 시절이니 하는 얘기려니 싶지만 Voivod에 비할 정도는 절대 아니니 주의가 필요하다. 하긴 이 밴드를 알고 찾아 들을 이라면 그럴 염려는 별로 없긴 하겠다만.

[Metalworks,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