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in Transit “States of Disconnection”

Forever in Transit의 2017년 데뷔작. 얼마 전 “A Coming to Terms”를 들을 때 완전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데뷔작을 내가 갖고 있었는데도 생소했다는 게 놀랍고, 정말 골방 프로그 프로젝트였을 2017년께에 이게 어쩌다 나한테까지 날아왔는지도 놀랍다. 각설하고.

음악은 나쁘지는 않지만 “A Coming to Terms”에 비해서는 좀 더 직선적이고 빈틈이 은근 보이는 편이다. 아무래도 Dan Sciolino가 기타와 보컬 말고는(그나마도 백킹보컬을 놓지는 않았다) 다 혼자 하고 있어 그런지 일반적인 Dream Theater류만큼 굴곡 심한 연주를 보여주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건 “A Coming to Terms”에도 적용될 얘기기는 하지만 “A Coming to Terms”가 Porcupine Tree풍 분위기로 틈을 메꿨다고 한다면 “State of Disconnection”에서는 가끔은 ‘djent’식의 전개도 보여주면서 좀 더 건조하고 묵직한 사운드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프로그메탈보다는 이모코어류에 어울려 보이는 David Dickinson의 보컬은 ‘The World That Never Was’에 가면 소시적의 Pantera를 듣는 듯한 인상도 보여준다. “A Coming to Terms”의 은근한 메탈코어풍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래도 일단 웬만한 거 혼자 다 하는… 류의 프로젝트 치고는 연주도 꽤 역동적인 편이고, 기타보다는 키보드 연주에서 드러나는 멜로디도 은근히 귀에 박히는 구석이 많다. 하긴 그러니까 와신상담하다 2024년에 신작을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2017년에 나는 이걸 어떻게 구한 걸까…

[Self-financed, 2017]

Forever in Transit “A Coming to Terms”

Forever in Transit이란 이름은 생소하다. 이게 두 번째 앨범이라는데 이렇게 생소한 걸 보면 데뷔작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겠거니 싶다. 사실 밴드명으로 그렇게 멋져 보이는 이름도 아닌 것 같다. Dan Sciolino라는 키보디스트가 중심이 된다니 먼저 떠오르는 건 Vitalij Kuprij가 있었던 Artension인데, 사실 밴드라기보다는 저 Dan Sciolino가 자기 솔로작에 이런저런 이들을 헤쳐모은 데 더 가까워 보인다.. 말하자면 나름 다재다능하지만 그렇다고 혀를 내두를만한 뭔가는 사실 없어보이는 배고픈 뮤지션이 지하 골방에서 본인의 역량을 집중해서 만들었을 법한 프로젝트처럼 보인다는 뜻인데, 크레딧에 의외로 몇몇 놀라운 이름들(Andy VanDette, Diego Tejeida)이 있으니 눈에 들어온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접한 음악은 기대 이상이다. Dan Sciolino가 중심이라지만 사실 스스로의 테크닉을 앞세우는 스타일은 아니고, ‘I Cling to Thread’ 같은 곡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앨범 전반에 감도는 Porcupine Tree의 그림자 아래 다른 요소들을 이래저래 보여주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일반적인 Dream Theater류의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 ‘Enter the Void’ 같은 곡의 리프 전개 등은 그보다는 Between the Buried and Me 같은 밴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사실 좀 힘 딸려 보이던 Chris Lamendola의 보컬도 이 곡에서는 메탈코어식 스크리밍으로 에너지를 뽐내는 편이고, Diego Tejeida의 키보드 솔로가 꽤나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Haken식 멜로디가 Porcupine Tree의 분위기에 꽤 잘 어울린다는 것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좀 덜 어둡긴 하지만 Riverside를 처음 들었던 날의 그것과 좀 비슷한 감흥이 들었으니 어디 가서 추천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만드느라 되게 고생했겠거니 싶다.

[Self-financed, 2024]

Dark Angel “Darkness Descends”

유명한 거는 안 올라오고 어디서 이런 ‘개뼉다구 같은'(혹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어옴) 거만 올리고 있냐는 혹평을 불식코자 간만에 장르의 클래식 한 장. 그러니까 내가 직접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이 블로그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볼 것 별로 없고 실제 오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이 블로그에 굳이 이런 지적질과 함께 리퀘스트를 남기는 이의 성정이 어느 정도는 예상되건만 그런 반응마저 무시하지 않고 이렇게 대꾸해 주는 모습에 쓸데없는 자화자찬을 날려본다. 이 블로그가 생긴 이래 가장 쓸데없는 부분일 것으로 여겨질 얘기는 이만 정리하고.

스래쉬메탈을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라는 거야 이견이 없겠지만 밴드의 커리어 전반을 살펴보더라도 아마도 이 즈음에 Dark Angel이 이런 앨범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한 이는 별로 없지 않았을까? “We Have Arrived”는 스래쉬메탈의 단초는 훌륭히 보여주고 있었지만 어쨌든 헤비메탈의 그늘이 짙은 앨범이었고, 이후의 “Time Does Not Heal”이나 “Leave Scars”는 밴드에게 리프에 탐닉하는 복잡한 작풍이라는 이미지를 씌워주었으니 이 앨범이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건 사실 조금은 이질적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Metallica와 Megadeth의 ‘프로그레시브함’을 보고 벤치마킹한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 완성도를 떠나서 “Darkness Descends”의 폭력성을 밴드가 다시 보여주지 못한다는 건 아쉬울 일이다.

어쨌든 이 앨범에서 Dark Angel은 Slayer와 더불어 당대의 스래쉬 밴드들 중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임을 보여주고 있다. Dave Lombardo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놓기 충분한 Gene Hoglan의 드러밍이 있고, Jim Durkin과 Eric Meyer는 복잡한 시도 없이 스래쉬메탈의 전형에 충실하면서도 탄력적인 리프를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을 데스래쉬 앨범이라 하기는 좀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데스메탈의 스타일에 다가가 있는 Don Doty의 보컬도 그러한 분위기에 기여한다. 밴드의 이후 대곡 성향을 일견 엿보게 해 주는 ‘Black Prophecies’ 까지도 스래쉬의 전형에 다름아닌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어찌 보면 “Hell Awaits”의 후속작으로는 “Reign in Blood”보다는 이 앨범이 좀 더 어울리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더 원초적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Combat, 1986]

Arthurs Museum “Gallery Closed”

Richie Kotzen 커리어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밴드이긴 한데, 커리어의 부침이야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Shrapnel 출신 shredder로서 지금까지 커리어를 무난하게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그 애매한(좀 더 솔직한 생각으론 ‘되다 만’) 블루지함 탓에 호오야 갈린다만 Poison에서의 활동을 통해 차트 맛도 잠깐 봤던 Richie Kotzen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이 밴드는 정말 Richie의 바이오그래피에 한 줄 언급되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전혀 없다. 이 앨범 말고는 딱히 낸 것도 없어 보이는 저 알 수 없는 레이블 탓인지 재발매 얘기도 전혀 없는지라 부틀렉도 꽤나 흔한 편이다.

그래도 음악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물론 좋다는 얘기도 아니긴 하다). 보통 헤어메탈 밴드라는 정도로 소개되는 모양이지만 사실 그 시절 많은 헤어메탈 밴드들의 보통에 비해서는 좀 더 사운드는 거친 편인데, Shrapnel 발매작도 아니지만 뭔가 Steve Fontano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한 적당히 텁텁한 음질과 깔끔한 고음보다는 나름대로 허스키한 호소력을 뽐내는 Danny Thompson의 보컬 덕분일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AOR스러운 키보드에 얹히는 ‘건강한’ 느낌의 코러스에 이어지는 Richie의 솔로잉은 훗날의 애매한 블루지함과는 판이할 정도로 화끈한 편이다. 특히나 ‘No Turning Back’ 같은 곡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는 편인데, 그 시절 Shrapnel 발매작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래도 귀를 기울일 만한 매력은 분명해 보인다. 1989년의 Mike Varney도 아마 비슷한 생각이지 않았을까.

[KGS, 1988]

This is Radio Silence “Soon, Much of This Will Have Been Destroyed”

This is Radio Silence의 2012년작. 사실 Ben McLees가 중심이 되어(Naevus의 다른 멤버들을 끌어들여서) 만든 프로젝트지만, 그래도 2008년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걸 보면 그 멤버들도 이 밴드를 단발성 프로젝트마냥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씬에서는 관심을 얻었던(물론 금전과는 무관했던) Naevus와는 달리 This is Radio Silence의 반응은 확실히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Ben McLess의 이런저런 인터뷰들을 보면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이거 좀 아닌가 하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들을 은근 발견할 수 있다.

이 2012년작은 그 인터뷰들에서 Ben McLees가 This is Radio Silence의 방향성을 잡은 앨범이라는 취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정작 들어 보면 이 밴드의 다른 앨범들과는 음악이 많이 달라서 의외스럽다. 어찌 됐든 인더스트리얼과 EBM이 중심에 선 음악을 들려준 다른 앨범에 비해 이 앨범에서는 포스트펑크 – 내지는 고딕 록 – 의 그림자 짙은 ‘밴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어찌 들으면 “Songs of Faith & Devotion” 시절의 Depeche Mode를 좀 더 어둡고 거칠게 변주한 뒤 Christian Death풍 멜로디로 풀어간다는 느낌인데, 그래도 Ben McLees의 보컬이 그렇게 ‘고딕’ 스타일도 아닌데다 ‘Our Saving Grace’나 ‘La Muerte De Una Estrella Es Un Ojo’ 같은 곡들에서 묻어나는 The Smiths식 브릿 팝의 기운 덕분에 이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한 편이다. 이런 스타일을 언젠가 Naevus의 앨범(아마도 “Curses”)에서도 발견한 것 같으므로… 두 밴드의 유사점을 찾으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꽤 재밌는 시간이었다.

[Disconnected Music,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