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Warning : Minds of Raging Empires – A Tribute to Queensrÿche”

Dream Theater 트리뷰트 앨범이야 꽤 많지만 James Labrie를 모창하는 사례는 별로 없는 편이고, 오히려 목소리를 따라한다면 Labrie보다는 Geoff Tate를 따라하는 경우들을 더욱 자주 볼 수 있지만 정작 Queensrÿche의 트리뷰트는 별로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Dream Theater의 장르에서의 입지도 그렇고, Queensrÿche가 꽤 오랜 시간 동안 ‘깝깝한’ 시간을 지내온 탓도 있을 것이다. Geoff Tate 본인이 밴드에서 쫓겨난 후 Operation : Mindcrime으로 활동하면서 열심히 셀프 트리뷰트를 하는 영향도 있을지 모르겠다.

Queensrÿche가 한창 더없이 ‘깝깝한’ 시절을 헤쳐나가고 있던 2000년에 나온 이 트리뷰트는 앨범명부터 Queensrÿche 팬들이 무슨 스타일을 원하는지를 잘 아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The Warning”+”Operation : Mindcrime”+”Rage for Order”+”Empire”) 청자의 관심을 끌지만, 정작 앨범의 시작과 끝을 “Promised Land”의 수록곡으로 하면서 나름 기대 중인 청자의 마음을 초장부터 당혹스럽게 한다. 사실 참여한 밴드들의 면면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고 Geoff Tate의 오리지널을 따르지 못하는 보컬을 제외하면 어쨌든 꽤 수려한 연주들을 들려주는 편이지만, 참여 밴드가 나름의 개성을 발휘한 곡들은 꽤 치명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있고(이를테면 ‘Child of Fire’의 혼자 따로 노는 보컬이라던가), Nightmares End 같은 밴드의 커버는 원곡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찾아보면 무척 흔하게 보일 카피 밴드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Black Symphony의 ‘Deliverance’가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지만 아무래도 한 곡만으로는 본전 생각을 잊기는 좀 어렵겠다. 하긴 이러니까 Queensrÿche 트리뷰트가 나오는 게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듣고 나서 아쉬움을 지우긴 어려울 만한 앨범.

[Adrenaline, 2000]

Spiritual Front “The Queen is Not Dead”

누가 봐도 The Smiths의 트리뷰트인 이 앨범이 인디나 브릿팝으로 분류되곤 하는 밴드가 아닌 Spiritual Front의 신작이라는 건 조금은 당황스러울 얘기다. 하지만 The Smiths와 Morrissey야 분명 인디나 포스트펑크 등을 말하매 이름이 나오는 이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들은 분명 고쓰 밴드다운 구석이 있었다…고 조심스레 우겨보는 이로서 이 앨범을 보고 그래 역시 내가 맞았어! 했던 게 조금은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Suffer the Children’ 같은 곡을 만드는 밴드를 그냥 기타 팝이라고 부르는 건 이 밴드의 어떤 부분을 놓치는 얘기일 것이고, 알랭 들롱의 얼굴이 있던 자리에 보란듯이 해골을 갖다박은 저 커버도 괜히 내 얘기에 공감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앨범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앨범명이나 커버와는 달리 “The Queen is Dead”의 커버 앨범이 아니라 The Smiths의 커버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에 가깝다는 것도 그렇고, 내가 그저 짐작한 기획의도는 그냥 헛소리였다고 일깨우는 듯 원곡 특유의 음울함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이 덜어내져 있다. 앨범 대부분을 원곡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쫓아가는 연주를 보여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도 의외인데, 아무래도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Morrissey 모창을 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Simone Salvatori의 보컬도 문제일 것이고, 밴드가 나름의 개성을 덧붙이려 한 시도가 별로 성공적인 것 같지도 않다는 것도 꽤 심각하다. 특히나 ‘How Soon is Now?’의 뜬금 하와이안 기타는 많이 과했을 것이다.

원곡 자체가 수려한 멜로디를 담고 있는만큼 앨범을 쭉 듣기는 사실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본전 생각은 지워지진 않는 앨범.

[Prophecy, 2023]

Vemod “The Deepening”

Vemod라는 이름을 보면 Anekdoten이 먼저 생각나는 얼치기 프로그 팬인 나로서는 이 과작의 밴드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는 게 꽤 신기하게 느껴지는데, 음악만 보면 (그래봐야 블랙메탈이다만)나름대로 인기를 끌 만한 요소를 꽤 많이 보여주는 밴드이다. 결국은 Burzum의 어깨에서 Ulver를 뿌리로 하는 흐름으로부터 이어받았을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당히 거친 리프를 얹어주는 분위기 위주의 블랙메탈인데. 이들의 경우에는 Ulver의 정도를 넘어서서 거의 ‘ethereal’할 정도의 분위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Burzum과 Ulver 등을 운운했지만 이 밴드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전형과는 꽤 거리가 있는 편이다. 어찌 보면 저 ‘ethereal’한 모습은 ‘cascadian’ 블랙메탈의 스타일에 더 가까워 보인다.

12년만에 나온 신보이지만 그런 밴드의 노선은 여전하다. 차이가 있다면 일단 Prophecy의 야심작으로 나오는 2집인만큼 훨씬 돈 쏟아부은 티 분명한 깔끔한 녹음이 있겠고, 대개의 곡들이 블랙메탈의 뿌리를 강조하는 듯 곡들의 초반은 대개 강력하게 시작했다가 이후로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은근한 사이키(하다 못해 때로는 블루지)함이 돋보이는 ‘Inn i lysende natt’나, Enslaved와는 다른 방향으로 ‘Pink Floyd풍’ 블랙메탈을 선보이는 ‘The Deepening’ 같은 곡이 대표적일 텐데, 그렇더라도 앨범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사실 일관된 만큼 앨범의 색깔이 다채롭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냥 나름의 개성을 신경쓰면서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려 한 앨범이라 하는 게 맞아 보인다. 하지만 블랙게이즈와 90년대 블랙메탈의 전형 사이 어딘가의 애매한 지점을 가로지르는 이 스타일을 그냥 문법에 충실했다 하면 밴드 본인들은 웃기지 말라고 할 것 같다. 고급지게 잘 뽑힌 앨범인 건 맞는 만큼 그냥 2023년식 웰메이드 atmospheric 블랙메탈 정도로 해 둡시다.

[Prophecy, 2023]

Mosaic Window, The “Plight of Acceptance”

멜로딕 블랙메탈이라고 소개되는 밴드가 레이블이 Willowtip이라니 뭔가 이미지상 와닿지 않고, 뭔가 솔로몬의 72악마 말석 어딘가에서라도 가명을 가져오는 게 보통인 이 바닥에서 Andrew Steven Brown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것도 오히려 눈길을 끈다. 그러고 보면 밴드명도 블랙메탈 밴드 이름으로 어울리는 건지는 사실 좀 의문이다. 블랙메탈에 어울려 보이는 건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대체 뭐라고 읽는 건지 알아먹을 수 없는 밴드 로고 뿐이다.

그렇지만 음악은 (조금은 ‘맥아리 없어 보이는’ 보컬만 제외하면)생각보다 수준이 높다. 사실 소위 B급 이하의 ‘멜로딕’ 블랙메탈 밴드들은 어떻게든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정작 공격성은 무뎌져 버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적당히 멜로딕하면서도 헤비하고 날카로운 맛을 잃지 않은 리프가 돋보이고, 전형적인 블랙메탈에 비해서는 정통 헤비메탈의 기운이 많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이 음악을 멜로딕 데스라고 부른대도 전혀 납득 못할 것까진 없을 것이다. Krieg식 데스메탈 기운 강한 블랙메탈에 Dissection풍의 분위기를 더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러고 보면 Dissection이 블랙메탈이냐 데스메탈이냐 하는 얘기도 예전에는 꽤 많이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라면 이 밴드는 그래도 블랙메탈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쪽이다. 분위기 전환하는 데 꽤 능해 보이는 밴드지만 그래도 앨범을 지배하는 스타일은 ‘Consumed ny a Thought’ 같은 곡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atmospheric’한 분위기(말하고 보니 동어반복이랄지도)에 집중하는 면모다. Willowtip답게 깔끔하게 뽑아주는 음질만 아니었다면 이 밴드를 데스메탈이라 말할 여지는 더 적어 보였을 것이다. 꽤 재미있게 들었다.

[Willowtip, 2023]

Artension “Phoenix Rising”

Vitalij Kuprij 얘기 나온 김에 간만에 한 장. Artension의 앨범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라이센스된 거로 기억하는데 하필 “High Definition”과 함께 나오는 바람에 둘 중에 이쪽을 고른 이는 별로 없었다는 후문이 있다. 애초에 Artension의 이름을 알고 있을 만한 사람도 별로 없긴 했겠지만 알고 있는 이들도 대개는 Vitalij Kuprij에 대한 관심으로 접근했을 것이지 Artension이라는 밴드 자체에 매료된 경우는 정말 드물었겠거니 싶다.

이 밴드는 Vitalij가 스위스에서 클래식 공부하던 92-92년즈음 루체른에서 재즈 공부하고 있던 기타리스트 Roger Staffelbach를 만나 의기투합해서 결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러니까 헝그리한 시절을 함께 겪어온 두 친우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밴드이건만 듣다 보면 Vitalij가 Roger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을 버스 태우고 고군분투하는 인상이 강한 게 문제이겠다. 나머지 멤버들이 훗날 다른 밴드들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하면 Vitalij가 아무리 뛰어난들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Roger도 입 다물고 리듬기타 수준으로 연주하고 있는 마당에 Mike Varney가 소개해서 왔을 뿐인 다른 멤버들이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흔히 분류되곤 하지만 곡의 전개는 사실 일반적인 파워메탈의 모습과 크게 차이는 없는 편인데, Vitalij의 건반이 주된 멜로디라인을 차지하고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톤으로 격렬하게 진행되는지라 기타의 역할은 앨범 전반적으로 약간의 솔로잉을 제외하면 사실 베이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말하자면 그리 프로그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확실히 파워메탈답게 밀어붙이지도 않는지라 참 애매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도 비교적 더 프로그하고 날 선 키보드 연주를 볼 수 있는 ‘Valley of the Kings’나 ‘The City is Lost’가 앨범에서 돋보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John West가 힘차게 불러준들 이 앨범이 파워메탈 팬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기는 좀 힘이 딸려 보인다. Vitalij Kuprij의 팬이 아니라면 이 밴드는 그냥 넘어가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까진 없을지도.

[Shrapnel,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