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r “Sons of Thunder”

Rob Rock을 되게 좋아한다고 하면 그건 좀 거짓말 같긴 하고… 하지만 멜로딕메탈 또는 그 관련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 올린 보컬 중 Rob Rock 이상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하면 그것도 답하기 쉽지는 않다. 항상 A급 또는 그 언저리에서 활동하던 분이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S급이었던 적이 있었냐면 또 답하기 쉽지 않은 분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짐작하는 편이다. 솔로로 활발히 활동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잘 알려진 활동들에서는 밴드의 중심에서 살짝 비켜간 모습이었던 것도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그런 면에서 이 분의 가장 유명한 활동은 Axel Rudi Pell이나 Impellitteri에서의 모습이겠지만 진짜 커리어의 정점은 걸출한 멤버들이었지만 누구 하나 밴드의 핵심이라고 하기엔 분명 애매했던 M.A.R.S에서가 아니었을까 싶고(물론 개인취향 많이 들어간 선택이다), 생각해 보면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이 적을 리 없을 분이므로 Rob Rock 본인으로서도 그 시절을 의식했을지도 모르겠다. 뮤지션 본인은 인터뷰에서 별 상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밴드의 앨범을 구하면서 “Project : Driver”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물론 20년은 늦게 나온 이 앨범이 “Project : Driver”와 똑같을 수는 없겠고, 지내온 세월이 세월인지라 음악은 그보다는 Impellitteri나 Axel Rudi Pell에 더 비슷하게 들린다. 아무래도 Rob Rock과 함께 밴드를 꾸리는 게 Roy Z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그래도 Rob Rock이 그간 내놓은 앨범들에 비해서 확실히 더 헤비한데다, 애초에 상당수 곡들이 1989년에 만들어진 곡들이다 보니 이 앨범을 고른 이들이 원하는 부분들은 분명히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I’m a Warrior’는 Impellitteri의 “Answer to the Master”에 실렸던 ‘Warrior’와 똑같은 곡이니 Roy Z와 Impellitteri를 비교해 볼 흔치 않은 기회도 제공한다. 멋진 앨범이다.

[Metal Heaven, 2009]

Gary Hughes “Gary Hughes”

Ten의 그 분의 두 번째 솔로작. 당연히 Ten에서의 활동으로 가장 잘 알려지기는 했지만 원래 솔로 활동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분이었고,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80년대 후반 메이저의 끝물을 먹을 정도로 나름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고음만 빼고 다른 건 다 갖춘’ 멜로딕 보컬의 입지를 다지게 된 건 이 앨범에 와서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음악도 음악이거니와 메이저의 품을 벗어나 (별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긴 하다만)Now & Then Records의 역사적인 카탈로그 1번으로 발매된 앨범이기도 하고, 유명 게스트 하나 없이 Gary Hughes의 역량이 집약된 앨범이기도 하고, Zero에서 라이센스된 덕분에 판매고야 어쨌건 국내에서도 수입반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하고… 뭐 그렇다. 이 앨범이 나름의 반응을 얻으면서 Gary Hughes는 비로소 Vinnie Burns 같은 장르의 손꼽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이들과 함께 Ten으로 활동하면서 지금의 입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쓰고 보니 좋은 얘기는 생각보다 별로 없긴 하다만 일단 넘어가고.

당연하겠지만 사실 Ten과 크게 다를 건 별로 없는 음악이고, Ten만큼이나 Gary Hughes의 보컬이 중심이 되지만 아무래도 Vinnie Burns를 위시한 ‘하드한’ 연주가 있는 Ten에 비해서는 확실히 더 말랑말랑하고 AOR의 ‘전형’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하는 편이다. 애초에 ‘This Thing of Beauty’ 정도를 제외하면 테크니컬한 연주 자체도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아마도 Ten으로 확..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터지기 전 스스로의 기량을 가다듬으며 내놓은 앨범이란 평이 많은 건 그런 때문일 것이라 예상되는데, 애초 Ten의 음악도 결국 멜로디 때문에 듣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을 생각하면 뮤지션 본인으로서는 조금은 억울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좀 더 가볍긴 하지만 ‘Blonde Angel’이나 ‘It Must be Love’ 같은 곡의 멜로디는 이후의 작품과 비교하더라도 빛나는 구석이 있다.

말하자면 Ten보다도 하드한 기운을 좀 더 뺀 스타일을 원하는 이라면 이쪽을 더 좋다고 할 만할 이유도 있어 보이는 앨범이다. Ten 자체가 인기가 별로 없어 보이는 2023년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Now & Then, 1992]

Host “IX”

Paradise Lost의 Nick Holmes와 Greg Mackintosh의 프로젝트. 커버도 그렇지만 일단 밴드명이 Host라는 게 많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줄 건 분명하고, 멤버들 본인들도 Paradise Lost의 바로 그 앨범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하고 있으니 그런 불안감은 사실 어느 정도 인증된 셈이다. 밴드 본인들이야 무려 EMI의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시절이니 마냥 나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메탈 자체를 포기했던 앨범이었으니 Paradise Lost의 팬을 자처한 이들이라면 그 앨범이 좋게 들리기는 좀 어려웠겠다. 말하자면 Paradise Lost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그냥 사이드 프로젝트 식으로 내는 게 더 적당해 보였던 앨범이 “Host”였고, 그런 상상을 이들은 정말로 실행에 옮겨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Host”의 스타일과도 좀 거리가 있다. 일렉트로닉스 제대로 끼얹은 신스 팝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을 “Host”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려한 신서사이저와 이펙트들은 여전하지만, ‘My Only Escape’ 정도를 제외하면 앨범은 꽤 전형적인 구석이 있는 고딕 록에 가까워 보인다. 음울한 분위기는 분명하지만 ‘Wretched Soul’나 ‘Hiding from Tomorrow’ 정도를 제외하면 어쨌든 Paradise Lost가 현재껏 보여주고 있는 둠-데스의 어두움과는 거리가 멀다. 가끔은 ‘뿅뿅’에까지 이르는 일렉트로닉스 정도를 제외하면 Dave Gahan이 음울함을 한껏 분출하던 90년대 초반의 Depeche Mode가 그 스타일을 지금껏 유지하며 세련되게 다듬고, 거기에 거친 기타와 Nine Inch Nails풍의 뒤틀림을 살짝 더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되게 좋다는 뜻이다.

[Nuclear Blast, 2023]

Midnight “Sakada”

Crimson Glory가 가장 빛나던 시절에 들었던 찬사에 비하면 그 활동은 그리 길지는 못했고 Midnight도 그 한창 시절 보여주었던 맹위에 비한다면 남긴 활동은 그리 보잘 것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나마 Ben Jackson Group이야 Crimson Glory에서의 인연으로 참여했다고 치면 정말로 찾아주는 곳이 없었던 셈인데, Genius : A Rock Opera에서 짤막하게 보여준 모습을 보면 목소리가 가버린 건 또 아닌지라 궁금해하던 이들도 많았던 거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2005년에 나온 이 뜻밖의 솔로작은 나름 기대를 모은 바 없지 않았다. 좀 마뜩찮은 레이블을 제외하면 딱히 이 앨범이 구릴 거라고 의심할 만한 부분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게 등장한 이 앨범의 내용물은 꽤 당혹스러웠다. 일단 메탈 앨범 자체가 아니기도 하고 특히 ‘Little Mary Sunshine’이나 ‘Miss Katie’ 같은 곡은 하드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클래식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과장 좀 섞으면 Rolling Stones가 한창 사이키하던 시절 생각도 나는데, 아무래도 기타가 Mick Ronson 스타일인지라 그럴 것이다. 그나마 ‘War’가 Soundgarden 마냥(이것도 과장 좀 섞은 얘기긴 함) 약 냄새 가운데 절도있는 리프를 간혹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그게 Midnight이란 이름에 어울려 보이는 건 딱히 아니다. ‘Lost Boy’에 이르러 이 베테랑 보컬이 캐리비안 해변에서 모히또 마시고 취해서 길을 잃어버린 모습이 떠올랐다고 해도 그리 과장은 아닐 것이다. Crimson Glory를 좋아했던 이라면 필히 피해갈 것.

[Black Lotus, 2005]

Ecclesia Satani “NS Satan”

이 밴드에 대해서는 폴란드 밴드라는 점 외에는 알려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곡명도 따로 없으므로 어차피 안 들릴 가사일지언정 무슨 주제로 노래를 만드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앨범명이 저 모양인데 레이블도 레이블이고 케이스를 열면 떡하니 드러나는 스와스티카를 보자면 NSBM 밴드일 것이라는 짐작만은 강하게 든다. 그런데 보통 NSBM 밴드들이 쓸데없을 정도로 진지한 모습을 과시하곤 하는데, 허여멀건 커버나 성의없다 못해 좀 웃겨 보이는 앨범명을 보자면 이들은 사실 NS를 빙자한 관심병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그런데 음악은 NSBM이란 단어에서 보통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다. 심포닉하다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건반에 생각보다 힘을 준 스타일의 블랙메탈인데, 나름 싼티 ‘덜’ 나게 노력한 드럼 프로그래밍이 때로는 좀 덜 호전적인 martial industrial 스타일처럼 들리기도 한다. CD를 넣으면 트랙수가 88개가 떠서 사람을 놀라게 만들지만 8번부터 87번까지는 빈 트랙인데다(이런 것도 Der Blutharsch 스타일이기는 하다), 무슨 의미를 뒀는지 666도 아니고 555장 한정으로 찍어낸 핸드넘버도 눈에 띄는 편이다. 정작 생각보다 음질이 괜찮은데다 귀에 잘 들어오는 리프가 평이한 덕에 딱히 앨범 전체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별로 없긴 하지만 이 정도면 ‘보기보다는’ 꽤 신경쓴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경썼다고 꼭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겠다. 하긴 신경을 써도 이런 식으로 쓰면 그것 자체도 좀 문제다.

[Under the Sign of Garazel,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