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port Convention “When We Did on Our Holidays”

오늘같은 휴일에는 뭘 들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Fairport Convention을 얘기한다면 저 중생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듯한 눈빛을 마주하게 되는 게 정상이겠지만 그럼에도 알고 보면 휴일에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Fairport Convention의 2집. 사실 별로 설명은 필요없을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Fairport Convention을 2023년에 알고 있다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고… Fairport Convention은 잘 모르더라도 Sandy Denny는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지라(내 주변은 일단 그랬음) ‘Fotheringay’가 있는 이 앨범만큼은 그래도 더 많이들 알지 않을까 예상하는 편이다. 물론 따지고 보면 Sandy Denny를 즐겨들을 이도 별로 없어 보이는 2023년이므로 그리 의미있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각설하고.

사실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앨범은 이 다음에 나오는 “Unhalfbricking”과 “Liege & Lief”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일단 Ian McDonald의 보컬을 Sandy Denny로 업그레이드… 해서 나오는 첫 앨범이고, Fairport Convention의 잘 알려진 스타일보다는 나처럼 이 시절의 좀 더 ‘미국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Strawbs만큼이야 아니지만 이런 류의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 포크’ 밴드들이 그 프로그함을 추구하다가 정작 너무 과중한 사운드를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Fairfort Convention의 앨범들 중 이만큼 산뜻한 사례도 없지 않나 생각한다.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많아도 적당히 많아야…) 내 예상으로는 그렇다.

그래도 Pentangle을 떠올리게 하는 ‘Nottamun Town’이나 ‘She Moved Through the Fair’ 같은 곡들도 있으니 위에서 미국적인 모습 운운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긴 Sandy Denny가 마이크 잡고 있는 밴드한테 무슨 그런 걱정일까.

[Island, 1969]

Wrathchild “Stakk Attakk”

80년대 초반 글램 메탈의 선구적인 앨범! 식으로 알려져 있긴 한데 알고 보면 “Shout at the Devil”보다 1년 늦게 나왔으므로 한편으로는 뭐 굳이 그렇게까지 띄워줘야 하는 앨범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음악 하면서 앨범 한 장이라도 Motley Crue와 비교될 만한 반열에 올려놨다면 그거대로 충분한 성과일 테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1980년대 초반, 이미 Girl이 망하는 걸 보고서도 이런 음악을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연주하고 있었으니 나름의 뚝심도 충분한 밴드였겠거니 하는 짐작도 된다. 물론 저 커버만 봐서는 WASP 뺨치는 밴드의 외모가 뚝심과 무척 거리는 멀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음악은 그래도 우리가 보통 기억하고 있는 글램 메탈의 모습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다. 암만 AbbeY Road에서 녹음하더라도 저예산을 극복하긴 어려움을 알려주는 먹먹한 음질은 LA 근교에서 글램을 연주하던 이들보다 확실히 거칠고 날이 서 있던 이들의 음악을 좀 더 ‘둥글둥글’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실 그런 면에서는 초기 Poison 스타일의 다운그레이드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하긴 생각하면 본인들 음악에 글램이 조금 묻었을 뿐 보고 자란 게 NWOBHM일 거고 레이블조차 NWOBHM 명가이니 이런 게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Trash Queen’이 앨범의 백미.

[Heavy Metal, 1984]

Sear Bliss “Letters from the Edge”

Sear Bliss의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이야 블랙메탈에 브라스를 본격적으로 써먹는 밴드라는 점이겠지만, 그래도 이 밴드가 딱히 블랙메탈의 전형적인 전개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냐 하면 내 기억에는 그런 적은 딱히 없다. 말하자면 그 부분이 밴드의 개성인 건 맞겠지만 도드라질 것까지는 없는 심포닉에 브라스가 호른/트럼본이 얹히면서 나름의 호전성을 부각시키는 정도이고, 그걸 빼면 사실 장르의 전형에서 그리 벗어나는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1993년부터 시작된 이 관록의 밴드가 장르의 전형에 다가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건 따져 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현재까지는 밴드의 마지막 앨범인 이 앨범도 그리 다르지 않다. 밴드의 초기작들보다는 좀 더 바이킹 기운이 깃든(굳이 비교하자면 Windir 스타일에 가까워진) 리프에 간혹은 최근의 장르의 경향을 고려해서인지 좀 더 경쾌하게 다가가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가도 ‘Leaving Forever Land’에서는 최근의 Enslaved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뒤틀린 리프를, ‘Shroud’는 Amon Amarth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된 리프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름 개성적이지만 쉴 새 없이 다른 밴드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그것도 나름대로 개성이라 할 수 있을지도? 달리 말하면 나름 일관된 분위기이지만 그 가운데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는 뜻일 것이고, 그런 가운데 ‘The Main Divide’ 같이 수준 높은 곡을 내놓으니 팬을 자처하지 않을 요량이 없다.

나팔 잘못 불었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방정맞은 흐름을 보여주는 부류들과는 비교 불가의 웰메이드이니 일청을 권한다.

[Hammerheart, 2018]

Nocturne “Working Ecstasy”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낀다는 착각을 던져주곤 하는 금요일 밤에 듣기에는 이런 게 적절하다고 한다면 좀 그러려나? 하긴 이름만 녹턴이지 정작 음악은 드론과 노이즈로 점철된 인더스트리얼이니 그냥 이름만으로 판단하면 뭐 하나 맞아 떨어지는 구석이 없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긴 1994년부터 프랑스 인더스트리얼의 한 구석에 자리잡아 온 장르의 베테랑이라니(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잘 몰랐음) 그런 밴드의 앨범에서 서정을 맛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다. 각설하고.

앨범은 전반적으로 신서사이저 노이즈에 드론과 이런저런 샘플링으로 정말 ‘공장’ 분위기의 초창기 인더스트리얼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긴 그러니까 앨범 제목부터 Working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지만 대체 어디에서 황홀경을 표현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No Lies’나 ‘No Nature’ 같은 곡들의 황막한 분위기와 제목을 본다면 그보다는 노동이 가져다 준 소외를 표현했다고 하는 게 더 믿을 만해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의 “Ecstasy” 파트로 넘어가면 Stahlwerk 9 같은 밴드들이 잘 하곤 하는 공격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이를테면 ‘Moloch’라던가). 그래도 멜로디도 거의 갖다버린 파워 일렉트로닉스에 가까웠던 “Hymn for Herest I & II” 같은 앨범에 비하면 훨씬 듣기 편한 편이다. 하긴 Old Europa Cafe에서 나오기에는 파워 일렉트로닉스보다는 이쪽이 더 어울려 보인다.

어째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듯한 금요일 밤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듯한 느낌을 던져주지만 좋은 음악이다.

[Old Europa Cafe, 2010]

Damien “Every Dog Has Its Day”

개구멍에도 볕들날 있다…는 세상의 진리를 앨범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커버에는 암만 봐도 개보다는 늑대에 가까운 녀석(잘 모르지만 늑대개라고 치자)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과시하고 있는 이 앨범은 앨범명이 무색할만큼 눈물나는 성과를 거두었다더라.. 하는 게 일반적인 이 앨범의 소개이다. 그거 말고는 적당히 스래쉬풍을 더한 미국식 파워 메탈의 전형같은 앨범… 이라는 얘기도 있을 것이다. 후자는 틀린 얘기는 아니긴 하다만 1988년에 나온 미국 헤비메탈 앨범에 할만한 얘기 치고는 좀 너무 뻔해 보이니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을 듣고 먼저 생각나는 밴드들을 좀 떠올려 보자면 일단은 Judas Priest가 있겠고, 보컬 스타일이 스타일인지라 Accept도 떠오르는 편이고, Mike Howe 시절의 곡을 David Wayne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Metal Church도 떠오르는 편이다. 꽤 화려한 솔로잉과 블루컬러 헤비메탈식 전개를 보자면 좀 더 고음 잘 되는 Dr. Mastermind와 비슷하다 할 수 있을지도? 물론 Randy Mickelson이 Dr. Mastermind보다는 더 괜찮은 노래실력(과 좀 더 나은 비주얼)을 보여주는만큼 이쪽이 더 나아 보이는 부분도 있다. ‘I Play for You’ 처럼 노골적으로 차트를 의식하는 듯한 곡은 덕분에 다른 수록곡들과는 확실히 이질적인지라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빠지는 곳 하나 없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장르의 미덕을 한 곳에 집약해 놓은 듯한 ‘Every Dog Has Its Day’ 만으로도 이 앨범은 가치가 있다.

[Select,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