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출신 사이키델릭 데스메탈 밴드. Esoteric을 사이키델릭 둠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있으나 둠도 아니고 사이키-데스는 그래도 Blood Incantation 등장 이후에는 드물게 보이는 용어지만 2011년에는 이게 말이 되기는 하나 싶은 얘기였다. 굳이 따진다면 Blood Incantation이 사이키델릭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밴드에 묻어 있는 스페이스록 스타일 때문일 것인데, Apocryphon은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노골적이지는 않은데다 사실 가사를 제외하면 별로 사이키한 구석이 없는 이 음악을 사이키-데스라고 부르는 게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밴드 본인들이 그렇다는 데야 어쩔 수 없다.

음악은 베이에이리어 출신 답게 데스메탈이지만 때로는 슬램에 최적화된 리듬감을 과시하기도 하지만 간혹 그라인드코어마냥 갈아대는 면모도 엿보이고, 어쨌든 사이키-데스를 표방했기 때문인지 등장하는 샘플링(이를테면 ‘Blood of Serpents’)과 노이지함도 찾을 수 있다. 흥미롭다면 그러면서도 정작 음악의 골간이 되는 데스메탈은 꽤 정통적인 부류에 가깝다는 건데, 말하자면 그라인드코어가 섞여들어가는 부분에서 Circle of Dead Children 같은 사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정작 리프는 Autopsy나 Immolation풍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파충류 얘기나 조금은 잔혹한 데가 있는 유머(이건 생각해보니 또 Carnivore 스타일일지도)를 발견할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데스메탈 팬이라면 꽤 많은 즐길거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Jeff Leppard가 도와주기도 하고 나름 기대받는 줄 알았건만 이 EP 이후 싱글 딱 하나 내고 망해버렸더라(Fabricant와의 스플릿이 있긴 하지만 수록곡 하나가 바로 저 싱글인지라). 이런 밴드 순식간에 망해버리는 건 다반사이지만 꽤나 아쉽다. 한 장 내고 망하려고 데뷔 EP에 100장 한정 나무박스 버전을 준비하는 호사를 부렸을까.

[Self-financed,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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