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호젓하고 인기 없는 블로그의 특징 중 하나라면 찾아주시는 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미 주인장과 안면이 있는 고인물같은 곳이라는 점인데(이 지점에서 나의 대중성을 몰라주는 세상에 일침을 날리려 하니 옆에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는구나), 그럼에도 그 높은 장벽을 넘어 찾아주시는 분들이 보이면 으레 눈에 띄기 마련이고 심지어 댓글까지 남겼다면 더욱 그러하며 그 댓글이 대체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면 그 진의를 파악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쓰기 마련이다. 뭐 나쁜 뜻은 아니었을 테니 넘어가고.
어쨌든 ‘여자로환상해’ 먹는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나온 김에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 하나. 사실 음악으로는 나쁠 것까지는 없어도 굳이 기억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고 실제로도 밴드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블랙메탈이 그래도 한창 주목을 받던 시기에 국내에까지 정식수입된 Head Not Found에서 나온 노르웨이 둠-데스 밴드의 앨범, 게다가 무려 멤버 전원이 여성이라고 하면 한번쯤 관심이 가기는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성보컬을 앞세운 둠-데스 류는 이미 개성있다는 소리를 듣기엔 너무 흔해져버린 90년대 후반이었고, 한편으로는 Dead Can Dance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Lene Vaagland의 보컬이 중심이 된 음울함(달리 말하면 Anneke 좀 많이 힘없는 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건반이 앨범의 분위기를 꽤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지만, ‘Haze’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이 앨범을 다시 찾게 할 멜로디는 물론 인상적인 면모도 찾아보긴 어렵다. 느긋한 템포와 분위기, 바로 저 여성 보컬의 음울함 덕분에 어찌 보면 그 시절 비슷하게 분류되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도 ‘goth’의 색채가 강한 편이었고, 그렇다면 사실 소위 ‘고딕 메탈’이라는 레떼르에 말 그래도 걸맞는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밴드에겐 아쉽게도 저 용어는 그리 엄밀한 의미로 사용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저 ‘Haze’ 만큼은 90년대 후반 둠-데스의 모범사례들 중에 끼워주기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Metalion 선생이 뭘 듣고 계약했을지는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사실 Theater of Tragedy 정도 레벨이면 모를까 이런 밴드와 As Divine Grace 정도 이름을 구별짓는 거라면 결국 좋은 멜로디가 있느냐의 정도일 것이다. 아쉽게도 Cybele는 그게 안 됐을 뿐이다. As Divine Grace가 그게 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좀 망설여지지만 뭐 그렇다.
[Head Not Found,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