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ega Experiment, The “The Omega Experiment”

미시간 출신 프로그레시브 메탈 듀오 정도로 알려져 있는 The Omega Experiment의 데뷔작. 나름대로 발표 당시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나로서는 처음 들어본다. metal-archives에는 아예 올라와 있지도 않은 걸 보면 이걸 메탈이라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하는 그 경계선상의 음악인가 짐작이 들지만 Listenable에서 나온 앨범인데 그 정도이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접한 음악은 2명이서 만든 음악이라기엔 생각보다 훌륭했고 화려한 편이었다. 이런저런 밴드들을 언급하는 글들이 많아 보이지만 결국은 Devin Townsend에서 특유의 위트를 좀 덜어내고 좀 더 전형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기운과 약간의 일렉트로닉을 더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듣기 편한 멜로디와 화려한 건반 덕에 먼저 생각나는 앨범은 “Epicloud”였지만 ‘Furor’ 같은 곡의 Fear Factory스러운 리프와 ‘Karma’의 달달하다 못해 때로는 Styx 같은 사례를 떠올릴 수 있는 코러스는 이 음악이 어쩌다가 metal-archives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사례가 되었을지를 짐작케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 음악을 메탈이 아니라고 하긴 좀 어려울 것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달달함을 부정할 수 없지만 Opeth나 Dream Theater의 기운도 분명하고, 똘끼가 좀 부족해 보일 뿐 사실 Devin Townsend rip-off라고 불러도 할 말 없을 법한 지점들도 많이 보이는지라 이거 그렇게까지 차별대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게 사견. 그리고 솔직히 ‘Gift’나 ‘Stimulus’의 희망차고 에너제틱한 분위기에다가 내놓고 눈살을 찌푸릴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출장 갔다 돌아오는 심야 고속버스에서 문득 들었다가 쓸데없을 정도로 힐링되는 경험을 해서 하는 얘기다.

[Listenable, 2013]

Nazxul “Totem”

Steve Hughes 얘기도 나온 김에 찾아본다면 아무래도 이 분이 세션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멤버로 참여한 밴드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알려진 사례는 아마 Nazxul일 것이다. 호주 블랙메탈의 숨겨진 컬트라는 얘기도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암만 그래도 중고로도 많이 보이고 구하기 어렵지도 않았으며 별로 비싸지도 않았던 이 앨범에 대한 개인적인 체감은 컬트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누가 찾기는 하나 싶었던 이 앨범이 계속해서 재발매되는 걸 보면 세간의 평가는 내 생각과는 꽤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들어서는 딱히 특별할 것 없어 보이긴 하지만) 이 앨범이 나온 시기가 1995년임을 생각하면 시대의 명작이라고 하긴 좀 그래도 왜 컬트 소리들이 나왔는지는 이해할 수 있겠다. “In the Nightside Eclipse” 스타일의 블랙메탈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기타의 비중이 높고 보컬이나 리프나 조금은 데스메탈의 기운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랄 수 있는데, 빠른 템포 덕분인지 때로는 Marduk이나 소시적의 Setherial의 느낌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Distance Begins’의 데스메탈 리프에서 이어지는 키보드 연주가 이런 밴드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적어도 이 곡만큼은 90년대 호주 블랙메탈의 어느 중요한 순간이랄 수도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두어 돋보이는 곡 외에 나머지가 좀 고만고만한 느낌이지만 좋은 앨범이다. 하긴 세상에 좋은 곡 하나가 없어서 묻혀버리는 앨범들이 널리고 널렸으니 이 정도면 컬트 소리 듣기는 충분했는지도.

[Vampire, 1995]

Slaughter Lord “Thrash ’til Death 86-87”

故 장두석 얘기가 나온 김에 간만에 들어보는 앨범. 이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고 활발하진 않더라도 Mortal Sin의 라이브 세션이나 Nazxul(그 호주 블랙메탈 밴드)의 멤버로서 커리어를 이어갔던 Steve Hughes는 음악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니면 본인이 품은 끼를 더는 감춰둘 수 없었는지 대충 Nazxul 활동을 접을 90년대 말 즈음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물론 음악을 아예 접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꽤나 명망 있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물론 음악 쪽 토끼를 잡았다고 하기엔 좀 아리송하지만) 경우라고 할 수 있을진대, 생전 음악에 애착을 보였지만 부채도사의 성공과는 달리 가수로서는 성공하진 못했던 장두석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Steve Hughes의 사례는 장두석이 되고자 했으나 끝내 되지 못했던 사례라고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나. 잡설이 길었으니 각설하고.

Steve Hughes라는 특이사례 뮤지션의 얘기를 떠나더라도 Slaughter Lord는 호주 스래쉬메탈의 파이오니어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1985년에 Onslaught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자체가 안 그래도 (영미가 아니라)호주 출신이라는 핸디캡이 있는데 성공하기에는 운도 그리 따라주지는 않았겠다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그 영국 밴드의 “Power from Hell”이 1985년에 나왔으니 Onslaught라는 이름으로는 밴드가 알려질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고, 뒤늦게나마 Slaughter Lord로 이름을 바꿨지만 밴드에게 허용된 시간은 아쉽게도 그리 길지 않았다…라는 게 알려진 역사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음악은 사실 의외일 정도로 훌륭하다. 사실 이런 류의 ‘hidden gem’들은 정말 좋다기보다는 수집가들을 위한 추천작일 경우가 많은 편인데 의외일 정도로 후대의 블랙스래쉬를 예기하게 하는 음악은 때로 다소 조악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 앨범이 데모 모음집입을 고려하면 음질도 사실 그리 나쁜 편도 아닌데, 간간히 끼어 있는 잡음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면 그 시절 밴드 리허설 룸의 현장감… 정도로 용서해 줘도 괜찮지 않을까. Dark Angel을 Kreator 식으로 연주한 듯한 ‘Destructor’나, At the Gates의 커버로 더 유명할 ‘Legion’ 같은 곡을 들어 보면 Slayer가 훌륭하지만 때로는 이거보다 좀 더 막 나갔으면 좋겠다 싶었을 이들이 만족했을 만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즐겁게 들었다.

[Invictus, 2000]

Paul and Linda McCartney “Ram”

이 앨범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얘기들이 있을 것이고 Beatles의 팬을 자임하는 이라면 이 앨범을 모르는 이도 찾기 어려울 테니 나 같은 메탈바보가 첨언할 것은 사실 별로 없다. 사실 나의 이 앨범에 대한 첫인상은 ‘Uncle Albert/Admiral Halsey’가 장두석의 ‘사랑한다 해도’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 Paul McCartney를 듣고 생각나는 게 하필 장두석이라니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게 어린 날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얘기해서 그렇지 장두석의 저 노래도 나쁘지 않았지만 비교 대상이 대상이다보니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할 데도 딱히 없었다.

뭐 그렇게 일단 장두석이 먼저 떠오르고 보는 앨범이긴 했지만 “Ram”은 Beatles는 물론이고 별로 아는 게 없었던 학생이 듣기에도 좋은 앨범이었다. George Harrison이나 John Lennon의 솔로작들이 그저 팝송이라 하기엔 좀 무겁게 느껴졌던(특히 “All Things Must Pass”와 “Imagine”) 음알못에게는 컨트리 테이스트와 적당한 유머를 동반한 이쪽이 더 듣기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3 Leg’나 ‘Monkberry Moon Delight’ 같은 곡은 다른 멤버들의 꼬장꼬장함이 도사리고 있는 Beatles의 앨범이라면 절대 들어가지 못했을 법한 곡이다. 듣는 이도 그렇지만 아마 만드는 이도 Bealtes 때보다 훨씬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하긴 평생의 배우자(라기에는 좀 일찍 상처하시기는 했다만)를 만나서 만든 앨범이니 Beatles 막판의 ‘건들기만 해봐라 함 해보자’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Linda 여사님이 노래를 잘 하시는 건지 간혹 좀 헷갈리는 것만 제외하면 멋진 앨범이다.

[Apple, 1971]

Ions “Counterintuitive”

Willowtip이라는 레이블을 대단히 좋아한다고 하면 좀 거짓말이겠지만 이만큼 수준 이상의 앨범들만을 계속해서 내놓는 곳도 그리 흔치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어쨌든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를 주 영역으로 삼는 이 레이블이 강점을 보여주는 다른 장르가 있다면 아무래도 프로그레시브 메탈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레이블에서 나온 ‘프로그레시브 메탈’들은 사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추구한 밴드들이라기보다는 테크니컬한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를 이어가면서 나름의 변화를 주려다 보니 프로그레시브 터치가 들어간 사례들이라 하는 게 맞아 보인다(이를테면 Contrarian이나 Dissocia라든가).

그런 면에서 Ions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이 레이블의 ‘프로그레시브’ 앨범들 중에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는 보기 드문 사례에 속한다. 당장 metal-archives는 이 밴드를 올리지도 않고 있는 걸 보니 메탈로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정도로 말랑말랑한 음악은 아니지만 어째서 그러는지 짐작 안 될 류의 음악은 아니다. Dream Theter 류의 음악도 아니고, 묵직한 리프가 있지만 앨범의 상당부분은 차라리 Haken 등과 연결지을 법한 모던 프로그에 가깝다.

하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묵직한 이 음악을 메탈이라고 부르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게 사견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 프라하 출신 밴드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들에게 호소할 만한 부분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TesseracT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Periphery도 조금은 생각나는(덕분에 djent 레떼르를 떼내기에는 좀 부족한) 리프, 신스 팝에 가까운 면모들을 많이 보여주지만 때로는 Hail Spirit Noir 같은 밴드들을 연상할 수 있을 스케일 큰 연주를 보여주는 건반, 포스트록식 빌드업에 이어지는 폭발하는 절정의 구성(특히 ‘Birds of Reminiscence’) 등은 생각보다 대단히 솔깃하게 들리고, 이게 Willowtip에서 나왔다는 걸 믿기 어려울 만큼 대중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소위 ‘모던 프로그’의 팬이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Willowtip,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