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h Dally “Speak Your Mind”

Josh Dally는 신스웨이브 팬이라면 그래도 익숙할 만한 이름인데, 본진인 At 1980보다는 Timecop 1983과의 활동이 그래도 이름을 알린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긴 나온 시점으로 생각하면 그게 그거인만큼 그냥 80년대 AOR스타일을 재현하는 류의 신스웨이브에서 2020년 이후 가장 이름을 알리고 있는 보컬리스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신스웨이브 자체가 한물간 단어가 되어 버린 지금 이런 소개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Josh Dally는 Timecop 1983과 At 1980 앨범 외에도 이 한 장의 솔로작을 내놓았는데, 원래부터 AOR에 가까운 음악을 하기는 했지만 이 앨범에 와서는… 그냥 신서사이저가 무척이나 강조되었지만 본령은 Brian Adams 류의 멜로딕 하드록 내지는 AOR에 있는 음악을 한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물론 Timecop 1983이 손을 빌려준 ‘Take Me Back’은 말할 것도 없고 전반적으로 신서사이저가 중심에 있는 음악이지만, 기타에 베이스에 드럼까지 Josh Dally가 혼자 다 해먹고 있는지라(말이 그렇지 드럼은 암만 들어도 드럼머신 소리긴 하다만) 이 쯤 되면 이걸 1인 멜로딕 하드록/AOR 프로젝트라고 못할 이유는 또 뭔가 싶다. 물론 이런 류의 음악이 흔히 들려주는 후끈한 솔로잉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긴 한데(‘Live and Learn’에서 테크니컬하지만 않지만 한 소절 보여주기는 한다), 때로는 좋았던 시절의 Def Leppard를 떠올릴 수도 있을 청량한 톤의 기타는 80년대 중후반 할리우드 영화에서 햇살이 빛나는 해변을 가르는 오픈카를 타고 질주하는 선남선녀(아마도 둘 다 금발 백인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시절이었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쓰고 보니 Josh Dally가 혼자 다 하는 걸 빼면 At 1980과 사실 크게 다를 건 없다는 게 단점이겠지만 어쨌든 이 이름을 아는 이라면 At 1980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 큰 문제는 아니겠지 싶다. 어떻게 봐도 확실히 신스웨이브는 한 물 갔다는 게 맞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쉬고 또 활동했으면 좋겠다.

[NewRetroWave, 2022]

Tangerine Dream “Electronic Meditation”

크라우트록 얘기한 김에 좀 더 한다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은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의 열화판에 가까웠을 밴드들 가운데 확실히 거의 이견 없이 인정받은 사례는 Tangerine Dream과 Kraftwerk 정도일 것인데… 당대의 록 팬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긴 했지만 시작부터 이걸 록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물음표를 던져줬던 Kraftwerk에 비하면 크라우트’록’을 더 잘 대변하는 것은 Tangerine Dream이라는 게 사견.

특히나 이 데뷔작은 록이라기보다는 앰비언트에 가까워진 “Zeit”부터의 스타일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기괴한 전자음이 있지만 어쨌든 록 밴드로서의 Tangerine Dream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밴드의 유일한 정규작이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앨범에서의 Tangerine Dream은 굳이 크라우트록이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무척이나 괴팍하면서도 공간감 넘치는 사이키델릭 록을 연주했고, 그러면서도 일견 클래식의 잔재를 남겨두고 있는 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Tangerine Dream의 앨범에서 혼란하지만 화끈한 기타 연주를 발견할 수 있고(‘Reise Durch Ein Brennendes Gehirn(Journey Through A Burning Brain)’) 가끔은 심지어 블루지한 면모(‘Ashes to Ashes’)까지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소나타마냥 수미쌍관까지 맞춰주는 앨범의 구성까지 챙겨가고 있으니, 사실 전형적인 록 음악의 팬이라면 Tangerine Dream의 앨범 중에서 이 정도만 들어본대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모을 생각을 접게 만드는 이 밴드의 미칠듯이 방대할뿐더러 중간중간에 참 듣기 힘든 결과물도 적잖이 끼어 있는 디스코그라피를 다 찾아듣는 건 영 무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Tangerine Dream은 이후의 Guru Guru나 Ash Ra Tempel 등의 밴드들의 단초들을 몽땅 담아낸 데뷔작을 내놓고 ‘아 크라우트록 이 정도 했으면 됐지’ 하고 말만 밴드일 뿐 슬슬 전자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 하면 과장이 없지 않을지언정 공감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두 번 연속으로 듣기는 쉽지 않지만 멋진 앨범이다.

[Ohr, 1970]

Stern-Combo Meissen “Stern-Combo Meissen”

2026년 극초반에는 뭔가 프로그를 많이 듣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새해에 가장 많이 손이 갔던 앨범은 이 Stern-Combo Meissen의 데뷔작. 사실 구동독 출신 크라우트록의 보석!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보통이라지만(여기에는 Julian Cope 등 그 시절 독일 록이라고 하면 박수부터 치고 보는 이들의 죄가 없지 않으리라) 결국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그 시절 크라우트록은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의 빛나는 유산을 터잡고 있었고, 이들의 경우는 그래도 그런 유산을 재현하는 데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자기들 사는 동네명을 따서 ‘Meissen의 별’이라고 밴드 이름을 짓는 저주받은 센스에도 불구하고 2026년 어느 동방의 못생긴 사나이가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 자체가 꽤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의 성공작들에 비할 만하다고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데뷔작부터 라이브앨범으로 내 버리는 패기로 멤버 중 3명이 건반을 잡아 꽤 풍성한 심포닉을 펼쳐내는만큼 장르의 애호가라면 충분히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타가 없으면서 신서사이저가 전반에 나서는만큼 ELP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나 ‘Eine Nacht auf dem Kahlen Berge’는 ELP가 무소르그스키를 연주했던 걸 따라했다고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래도 ‘Mütter gehn fort ohne Laut’나 ‘Licht das Dunkel’의 심포닉에서 묻어나는 멜로우함은 Keith Emerson 같은 연주자라면 아마도 보여주지 않았을 모습일 것이다. 곡만 좀 덜 산만했다면 심포닉 프로그의 걸작이라 해주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때는 1977년이었다. “Brain Salad Surgery”가 나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나버렸고 “Relayer”보다도 1년이 더 늦은 시절에서 이 정도 심포닉을 보여준 밴드가 로컬로 남았다 한들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듣기 좋긴 한데 독일 프로그에 이상한 환상을 심어준 Julian Cope에게 이 대목에서 각성을 촉구한다. 대체 여기다 쓴 돈이 얼마냐 이거…

[Amiga, 1977]

Deposed King “Letters to a Distant Past”

커버도 그렇고 앨범명도 그렇고 아련한 노스탤지어에 의존했을 음악일 거라 짐작케 되는 헝가리 듀오의 두번째 앨범. 이미 2023년에 “One Man’s Grief”로 알 만한 이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는 하나 나는 처음 들어본다. 하긴 야심차게 내놓았다는 이 앨범도 피지컬로는 겨우 자주제작으로 CD 75장만을 찍었고 그나마도 아직도 팔고 있는 걸 보면 저 ‘많은 주목’의 상업적 성공을 의미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게 이 장르의 현재의 입지일지 헝가리가 그만큼 음악하기 힘들다는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당장 이 앨범을 돈주고 산 나도 헝가리 사람은 아님을 생각하면 후자보다는 전자에 생각이 기운다. 각설하고.

음악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밴드는 Riverside와 Porcupine Tree이고, 커버답게 ‘dreamy’한 분위기를 멋스럽게 풀어내는 모습에서는 간혹 Riverside보다는 Lunatic Soul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Marisuz Duda와 Steven Wilson의 스타일이 꽤 짙게 묻어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위의 밴드들보다는 좀 더 클래시컬한 구석이 있고, 특히나 ‘Remnants of Rain’의 Liszt풍 인트로는 이 밴드가 ‘모던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레시브 록의 컨벤션을 꽤 의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록적인 화끈함보다는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몽환적이면서도 연극적인 분위기를 흘러가듯 보여주는 데 중점이 있는 앨범이다. 사실 이런 류의 ‘Eclectic Prog’는 King Crimson식 전통에 터잡아 에너제틱한 면모를 과시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정도로 청자의 정적인 감상을 요구하는 앨범은 이 장르에서는 (적어도 최근에는)흔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밴드의 이런 스타일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Corridors of Fog’가 단연 앨범의 백미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곡은 보너스트랙이므로 정식 수록곡 중에서는 그래도 일렉트로닉을 위시하여 나름의 괴팍함을 보여주는 ‘Moonlight Lullaby’를 인상적이라 얘기해 본다. 하지만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사실 빠지는 곡은 하나도 없으므로 Riverside를 좋게 들었던 이라면 저 75장이 품절돼 버리기 전에 구입을 권한다. 적어도 내게는 2025년의 가장 인상적인 앨범들 중 하나.

[Self-financed, 2025]

Hawkwind “Space Bandits”

1990년 얘기 하는 김에 간만에 들어보는 Hawkwind의 16집이자 1990년작.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산 Hawkwind의 앨범이기도 한데, 이유는 별 거 없고 LP로는 서라벌레코드 라이센스가 있었지만 CD는 라이센스가 없어서 찾은 끝에 구하게 된 미국반 CD가 Roadracer반이었기 때문. 지구레코드 덕에 Roadrunner의 메탈 클래식들을 접하고 있었고 딱히 아는 건 없었지만 Roadracer가 Roadrunner가 루니툰과의 저작권 이슈로 등장하게 된 이름이란 정도는 어떻게 알았는지 들은 바 있었던 얼치기 메탈 팬으로서는 안 그래도 뭔가 메탈스러웠던 저 커버와 레이블명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기엔 충분했다. Hawkwind 음악은 안 들어봤지만 그래도 이름만은 들어봤다라는 것도 조금은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어이없는 구매동기를 생각하면 음악은 의외일 정도로 취향에 맞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앨범의 가장 잘 알려진 곡인 ‘T.V. Suicide’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 밴드의 앨범 첫 곡들이 으레 그렇듯이 드라이브감 강한 하드록을 선보이는 ‘Images’나, 주술성이라는 면에서는 밴드의 전성기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는 ‘Black Elk Speaks’ 같은 곡이 있고, 밴드의 정규작으로서는 유일하게 Bridgett Wishart가 마이크를 잡은 앨범이라는 것도 그렇다. 물론 Hawkwind의 보컬을 얘기할 때 Dave Brock이나 Nik Turner가 아닌 Bridgett Wishart를 얘기하는 이는 거의 없겠지만 Hawkwind의 스페이스록에 여성보컬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 즈음의 Hawkwind 앨범들이 많이 그랬지만 앨범 전반에 흩뿌려진 앰비언트만 좀 덜어냈더라면 평가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이 앨범을 Hawkwind의 명작이라 얘기하는 이는 솔직히 한 번도 본 적 없고 밴드의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매 그에 필적한다 말할 수도 없겠지만, Ozric Tentacles의 음악을 좋다 하면서 이 정도 앨범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뭔가 아니지 않나 싶다. 물론 아니라면 당신 말씀이 맞겠습니다만.

[GWR, 1990]